퇴사 후, 비로소 알아가는 것들 [6]
이 글을 쓰기 전 틀어 놓은 음악 : 벤 폴즈(Ben Folds의 still fighting it) -슈퍼밴드에서 처음 듣다.
....... But it's okay You don't have to pay / I've got all the change / Everybody knows / It hurts to grow up / And everybody does......... Let me tell you what / The years go on and / We're still fighting it We're still fighting it...........
가끔 저녁에 하는 가족드라마, 슬픈 음악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어느 날 갑자기 작별인사도 없이 하늘로 가버린 오빠를 기억하게 한다. 함께 했던 추억들이 생각나고 그러면 핸드폰에서 그의 사진을 찾아본다. 어렴풋이 목소리가 담겨 나오는 MP3도 들어본다.
어느새 눈물에, 콧물에 얼굴이 퉁퉁 붓는다.
계속 눈물을 흘리면, 내일 아침 눈을 뜰 수 없도록 눈이 부어 있을 거다.
내일 회사를 가려면 이제 그만 멈추어야 한다.
TV 속 드라마 주인공들을 보면 아무리 많이 울고 자도 다음날 하나도 눈 안 붓던데.....
나는 쌍꺼풀이 없어졌다, 3겹이 되었다 아주 흉하게 된다. 누가 봐도 큰일이 있었던 얼굴이 된다.
눈물이 난다 싶으면 멈추려고 노력하기 바쁘다.
최대한 빨리 드라마 채널을 돌렸고, 듣고 있던 음악도 꺼버린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말을 한다.
함께 있는 사람과의 대화든 나만의 독백이든 반드시 크게 말을 해야 한다.
벅차게 올라오던 그리움을 잘라내는 가장 빠른 나만의 방법이다.
"아 뭐 먹을까?" "왜 갑가지 배가 고프지? " " 내일은 비가 올려나?" " 내일, 오늘보다 더 추울까 " "내일은 어떤 미팅이 있었지?"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연극의 대사를 하듯 아홉 마디 열 마디 중얼거린다.
벅차게 올라오던 그리움의 가슴 저림은 큰 목소리로 꾹꾹 눌러 사라져간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오빠를 그리워하는 것에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눈물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다음날 미팅을 기억하고, 퉁퉁 부은 눈으로 회사 사람들을 마주치기 싫어 그리움의 맘을 덮었다. 현실이 중요하다며 당장 내일의 회사 생활이 중요하다고 되뇌며, 가끔씩 이렇게 문득 찾아오는 그리움마저도 스스로 피하려고 노력하는 생활을 했다.
퇴사 후, 모두 출근을 하고 집안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아침시간이다.
문득 틀어둔 아침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갑자기 하늘로 가버린 오빠를 기억나게 한다.
예전 같았으면 채널을 돌리거나 끄기 바빠겠지만, 나는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참지 않아도 된다.
11년 만에 처음으로 맘 놓고 꺼이꺼이 그리움을 참지 않고 울어 버렸다.
한 두어 시간 흘렀나 보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눈 주위는 퉁퉁 부어 거의 눈을 뜰 수가 없었고,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
그러나 괜찮았다.
오빠가 보고 싶은 맘을 참지 않고 함께 찍은 사진과 목소리를 들으면서 한번 더 펑펑 울었다.
그렇게 그날의 아침과 점심이 지났고, 중간에 찬물 세수를 두어 번 했다.
저녁 9시쯤에는 내 얼굴은 부기가 많이 빠진 얼굴로 돌아가고 있었다.
최대한 정면 얼굴을 마주치지 않아서인지, 그 날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루 종일 나는 정말 자유롭게 맘 놓고 그리워할 수 있었다.
오빠가 보고 싶었던 만큼, 그리워했던 만큼!
잠자리에 머리가 조금 멍하고 두통이 있기 했지만....
그 날 한 번도 꿈에 나타나지 않는 오빠가 보이기를 바랬다.
언제나 넘어진 나에게 " 일어나.. 울지 말고"라고 말해주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