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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만을 위한 생활은 이젠 안녕!

퇴사 후 비로소 알아가는 것들 [9]

by 수요일
아침부터 듣고 있는 중독성 노래 : 골드펭버튼 가사 (노래 펭수)
난 몇 달째 골드 버튼에 있었어 / 근데 난 다이아 가고 싶다고 말했지/ 실버를 넘어 골드를 지나 펭티비로 다이아 갈거야 / 펭티비에 콘텐츠 만들어 언젠간 다이아를 갈거야


수요일 올라온 펭수 노래가 하루 종일 흥얼거리게 한다.

대한민국 아는 사람은 모두 아는 거대한 크리에이터 펭귄 펭수! 1년 만에 골드 버튼을 탄 정말 잘 나가는 채널!

내가 펭수를 알게 된 건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2020년 1월쯤, 퇴사하고 유튜브에 관심이 생겨 콘텐츠를 보다 발견한 채널이었다. 무엇에 홀린 듯이 약 90여 개의 콘텐츠를 밤새워 보았다.

10분 남짓한 거대한 펭귄 캐릭터가 나오는 짤막한 콘텐츠 이야기의 콘셉트, 구성, 탁월한 편집 스타일 등등 모두 맘에 들었지만, 밤새는 줄 모르고 연이어서 영상을 보게 한 건 다른 거였다.


유치원 다니는 어린이도 아니고, 감성 충만한 사춘기 소녀도 아닌 낼모레면 반백이 되는 내가 펭수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절대 감기지도 않는 눈동자, 딱딱할 것 같은 다물어지지 않는 부뤼, 엄마가 절대로 그렇게 말하면 안 되다는 반벙어리 같은 목소리의 거대한 펭귄 탈인형의 드라마를 보고 부분 부분에서 맘이 짠해진다.


그러 던 중 올라온 '다이아 버튼을 꼭 타겠다'는 목표를 담은 펭수의 노래를 들었다. 겉으로 보이는 영상, 편집, 가사와 맞춘 영상 편집 구성 모두 모두 너무나도 창의적이다. 그런데 나는 계속해서 흥얼거리게 하는 중독성 강한 이 노래가 참 슬프게 들린다. 그래서 계속 듣고 있고, 계속 짠하다.

다이아 버튼을 꼭 타겠다고 갈라지는 목소리로 열심히 부른 펭수에게는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살아가면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달려가는 모습은 정말 좋은 것이고 바람직한 것이다.


나 어릴 적 어른들은 꿈은 크게,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한다고 늘 그렇게 말씀해주셨다.

어린 맘에 크고 높은 건 좋으거니깐 꿈은 그렇게 잡는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일, 매달, 매해 또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회사를 다닐 때 그리고 10대, 20대, 30대, 40대...

언제나 나는 목표를 세웠고 모든 시간이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꿈과 목표는 배운 대로 크고 높게 정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좋아서만 크고 높게 꿈을, 목표를 정하라고 한 것이 아니였구나 라는걸 자연스럽게 알아갔다.

목표는 매번 세웠고, 매번 그 목표는 절대 100%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크고 높은 목표를 단계별로 세웠고, 내 삶은 늘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만 달렸다.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매번 확인하면서도 목표 세우기와 그 목표를 향한 생활은 항상 반복되었다.


다시 써보지만, 살아가면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달려가는 모습은 정말 좋은 것이고 바람직한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난 일절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부터 나는 목표만을 얻기 위한 삶과의 작별을 하고 싶을 뿐이다.

내가 정한 크고 높은 목표가 아니였어도, 나에겐 소중한 것들은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아가고 싶다. 목표만 보고 달려왔다면 지금부터는 조금 느려도 좋고, 조금은 부족해도 좋으니 못 보고 스쳐 지나갔던 많은 다른 작지만 소중하고, 낮게 있지만 나에겐 너무나도 귀중한 것들을 보면서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한 해가 지나고 이맘때가 다시 돌아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기대해본다.

매번 내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함에 스스로의 책임보다는 상황의 합리화를 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변명으로 채우는 그런 나는 더 이상 그곳에 없기를 바란다.

더 이상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보았고, 그저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소중한 것들로 채워가는 내가 저만치 쭈그리고 있어도 좋으니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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