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안 한 것 같은데 정신 차리면 5시 반…
★★ 출판사에 다니는 △△ 편집자는 오늘도 9시가 채 되기 전에 출근한다.
출근하자마자 자리에 앉아 컴퓨터 전원을 켜고, 하루를 준비하는 것은 직장인이라면 대개 거쳐 가는 일.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메일을 열어보고, 전날 마치지 못한 업무를 점검하는 사이, 상사가 출근하고 일과가 시작된다.
편집자라고 해도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 그저 그런 직장인일 뿐.
연휴의 마지막 날인 오늘, 굳이 더 씁쓸하게 편집자의 평범한 평일 일과를 적어보고자 한다(일을 처리하는 순서대로). 다만, 회의는 적지 않았다. 쓸 말도 많지만, 회사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인 것 같아서.
1. 주문 및 판매 확인
책이 잘 나가는지 알아보는 시간. 인터넷 서점 SCM(공급망 관리) 사이트에 들어가 그날의 발주(주문) 부수와 전날의 판매 부수를 확인한다. 그리고 책이 잘 팔리느냐, 반대로 잘 팔리지 않느냐에 대해 나름대로 이유를 분석해본다. 사실 잘 팔리는 데에는 이유가 분명하지만(매체 노출, 신간 홍보 등), 팔리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딱히 없다. 있어도 말하기 어려울 때가 있기도(책이 별로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2. 노출 확인
인터넷 서점, 네이버 메인, 인터넷 기사 등에 책이 소개되었는지 알아보는 시간. 일일이 검색하며 여기저기 찾아본다. 마침내 원하던 것을 찾아내면, 캡처하여 회사 내에 공유한다. 특별한 소식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리며 사람들에게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잘났어요!”라고 자랑하기도 한다. 바쁘면 가끔 오후에 할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이 찾아보지 않을까 하고 모른척할 때도 있다.
3. 재고 확인
출고, 즉 책 주문이 모두 완료되면 창고에 책이 얼마큼 남았는지 재고 확인을 한다. 책마다 매주 또는 매달 나가는 양을 가늠하여 그 이하로 떨어지면 재쇄를 찍는다. 재쇄를 찍게 되면, 오·탈자나 수정 사항을 적어두었던 ‘비밀의 책’을 꺼내 디자이너에게 수정을 요청한다. 정말이지, ‘비밀의 책’은 펼쳐 볼 때마다 속상하다.
4. 메일 주고받기
(이 업무는 오후까지 계속된다, 어쩌면 며칠 동안 계속될지도….)
드디어 편집자의 본 업무를 개시한다. 메일을 정리하고 담당자에게 각각 전달한다.
번역을 끝낸 원고나 국내 작가가 쓴 원고가 도착하면 원고의 상태를 후루룩 살펴본다(하루 이틀 만에 되지 않으니 틈틈이 확인!). 보완해야 할 사항은 정리하고, 이후 번역자나 작가에게 전달한다. 보완이 반영된 이후에는 외주 교정자를 선정하여(또는 편집자가 직접) 교정을 시작한다.
교정을 끝낸 원고는 담당 디자이너를 선정하여 본문 시안을 받고, 시안이 정해지면 본격적인 조판에 들어간다. 조판은 인디자인 프로그램에 정해진 시안대로 글을 앉히는 것을 말한다.
조판이 완료된 책은 외주 교정자(또는 편집자인 나)에게 전달하여 교정을 다시 시작한다. ‘교정 → 수정 → 교정’ 과정이 여러 차례 이루어지고, 편집자는 디자이너가 고생하지 않도록 조판 이후 첫 번째 교정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크흡)…. 아무튼 교정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살피고 또 살핀다. 사이사이에 표지 디자인이나 기타 디자인 작업을 의뢰한다.
편집자는 여러 책을 ‘저글링’하듯 돌아가며 작업하는데, 그 때문에 책마다 ‘편집’이라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어느 정도에 와 있는지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메일 폴더 정리는 필수!).
5. 머리 굴리기
그전까지 어느 정도 규칙이 정해진 일을 마쳤다면, 이제 머리를 굴릴 시간이다. 책의 진행 시점에 맞춰 제목과 카피를 짓거나 보도자료를 쓰거나 카드 뉴스의 문구를 떠올려본다. 당과 카페인을 몸에 충분히 공급한 뒤 머리를 쥐어 짜보지만, 보통 마감이 닥쳐야 글이 완성될 때가 많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인 책! 다른 곳을 염탐하며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좋지만, 대부분 해답은 책이 가지고 있다.
6. 외서 검토 메일 확인
여러 출판 에이전시마다 소개해준 다른 나라의 책들을 살펴본다. 메일에는 주로 책에 관한 간략한 소개가 담겨 있다. 내가 편집해보고 싶은 책보다 회사에서 그동안 출간했던 책과 같은 결인지를 먼저 들여다본다. 1차로 조건을 만족하면, 에이전시에 책을 검토해보고 싶다고 답장을 보낸다. 이후 PDF 형식으로 받은 외서를 편집부 내에 전달하여 다 같이 살펴본다. 이 책을 진행할지 말지는 며칠 뒤 회의에서 결정한다.
7. 투고 원고 메일 확인
외서 검토와 마찬가지로 같은 절차를 거쳐 투고 메일을 확인한다. 차이점은 메일에 이미 원고가 첨부되어 있어서, 괜찮아 보인다면 바로 다른 편집자에게 전달하면 된다는 것. 투고 원고도 며칠 뒤 함께 논의한다.
8. 기타 업무
사은품 뭐 할지 생각해보기, 틈틈이 회사 인스타그램에 하트 누르기, 해시태그에 책 이름 넣어 검색해보기 등등.
커버 사진: Photo by Jordan Whitfield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