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 어때?”
편집자라고 책을 잘 고르지는 않는다.
언젠가 출판사에 다니는 내가 신기한지, 한 친구가 서점에서 이 책 저 책 갖다 주며 나에게 평가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러면 나는 괜히 아는 척하며 친구가 원하는 말을 꺼내 주었다. “이 책은 이래서 좋아(또는 별로야)” 하는 식으로. 친구는 내가 대단한지 흐뭇한 표정을 짓고선 책을 살지 말지를 결정했다.
나는 여전히 한순간의 호기심으로 책을 산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책을 사야 한다고 믿는다. 책도 개인마다 취향이 있어서, 누구의 추천으로 샀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나의 선택으로도 낭패를 볼 수 있지만, 적어도 그때는 남 탓은 안 하니까. 또한 옷이나 구두나 화장품처럼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기 위해 최소 몇 달은 손해 봐야 한다. 그래, 책은 그저 ‘취향’일 뿐이다.
혹시나 일개 편집자가 어떠한 기준으로 책을 사는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여기에 ‘굳이 사지 않아도 될 듯한 책’들을 적어놓았다. ‘좋은 책’의 기준도, ‘나쁜 책’의 기준도 함부로 정할 수 없다. 아래의 팁들은 앞서 말한 대로 자신이 원하는 책을 사면 그뿐이라, 알아두어도 딱히 쓸모없을 듯싶다. 그러나 책 한 권을 두고 고민 중이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표지는 편집자가 독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따라서 한눈에 보기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사람마다 보는 눈은 다르겠지만, 나는 대개 ‘표지가 예쁘고 카피가 눈에 잘 들어오는 책’을 고른다. 예쁘다는 것은 책의 개성을 잘 살린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도 제목과 카피가 잘 보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외모만 보고 중요한 것은 놓치지 않겠냐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러나 예쁘지 않은 책은 뒷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그런 책을 담당해봤기 때문에 생긴 편견일 수도 있다). 출판사 윗사람이나 작가의 잘못된 고집이 반영되었을 수 있는데, 이런 책들은 펼쳐보면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더러 있다.
아무 데나 펼쳐보고 눈에 들어오는 문장을 읽어보자. 유난히 읽히지 않거나 번역 투가 심각하거나 또 오타가 눈에 띄게 많다면, 그 책은 사지 않는 게 좋다. 간혹 문장이 잘 읽히지 않지만, 마음에 걸리는 몇몇 이유(작가의 팬이거나 관심 가는 분야이거나)로 책을 사려 한다면 좋지 않다. 잘 읽히지 않는 문장들이 책을 읽는 내내 발목을 잡을 것이다.
구성에 따라 책의 빈칸이 생길 수 있다. 한 장이 끝나고 다음 장이 시작되기 전에 아무것도 없는 하얀 페이지가 등장할 때가 있다. 흔히 ‘백면’이라고 부르는 이 페이지는 오른쪽, 즉 홀수 페이지에 다음 장을 소개하는 규칙을 지키다 보니 만들어진 것으로 딱히 문제가 없다. 즉 이전 장의 내용이 홀수 페이지에서 끝나면, 다음 짝수 페이지는 비운 채 남겨두고 홀수에 다음 장이 등장하는 셈이다. 그러나 유독 책이 빈약해 보이고 페이지를 늘리기 위해 글씨 크기를 키우거나 손본 듯한 흔적이 있다면, 2번으로 돌아가자. 문장 몇 개를 추려내 읽어보고 목차도 다시 살펴보는 것이 좋다.
출판사에서는 여러 매체를 통해 책을 홍보하는데, 여기에는 서평단을 선정하여 책을 보내고 리뷰를 부탁하는 것도 포함된다. 책을 선물받은 사람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는 이상 책에 대해 좋게 말해준다. 물론 근거가 있는 칭찬이고, 개인적으로 이러한 평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책이 별로일 때는 칭찬보다는 더 엄격하게, 따끔한 질책도 받는다. 독자평은 참고용으로만 살피고 내가 읽을 책이니 자신의 감을 믿어보자. 분명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표지 카피: Photo by S O C I A L . C U T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