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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런이유지 Oct 03. 2023

매장내에 쓰레기통은 없습니다.

매장에 쓰레기통을 비치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생각을 못하다가 나중에는 의도적으로 두지 않았다. 서빙할 때 생기는 티슈와 케이크 포장 비닐과 유산지가 대부분이고 당연히 그 쓰레기들은 모두 처리하고 있다. 그 외 개인 쓰레기를 버리고 싶어 찾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 처음에는 개인 쓰레기도 받아서 버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거절하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손님 4명이 매장으로 걸어온다. 각자의 손에는 비어있는 일회용 아이스 음료 컵이 들려있었다. 케이크를 포장하고 나가며 컵을 모두 카운터에 올려놓는다. 버려달라고 하길래 외부 음료 쓰레기는 받지 않는다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안내했다. 그날 네이버 영수증 후기에 ‘주인이 아주 배가 불렀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영세 자영업자의 배는 늘 굶주림 상태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던 것일까?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 쓰레기를 벗은상태 그대로 펼쳐 트레이에 버젓이 올려놓는 손님들이 이따금씩 있었다. 한창 바이러스에 서로 예민할 때에 모두의 안전을 위해 사용했던 마스크 쓰레기는 가져가 달라고 안내했다. 당황해하며 얼른 마스크를 집어 들고나간다. 역시 인사는 없다. 바이러스가 창궐한 시점에 타인의 마스크를 받아 들고 예민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심지어 우리는 주방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중년의 여성 네 명이 케이크 한 개와 커피를 시킨다. 사람은 네 명이지만 커피는 두 잔. 인원수만큼의 메뉴를 주문해 달라는 요청에 케이크 하나를 추가했다. 서빙이 끝난 후 컵에 뜨거운 물을 달라는 요청을 한다. 잠시 후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가방 안에 있던 티백을 꺼내 당당하게 손을 휘휘 저어가며 차를 마신다. 그리고 티백 쓰레기를 고스란히 올려두고 나갔다. 드시던 티백을 도로 가져가시라고 말하기도 얄궂어서 조용히 처리했다. 황당한 내 마음은 조용하지 않았다.
20대 젊은 여자 손님이 커다란 검은 비닐봉지를 가지고 들어왔다. 빈자리에 봉지가 있길래 짐을 놓고 가신 것 같다고 말하니 버린 것이라고 한다. 죄송하지만 개인 쓰레기는 받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음료수병 하나 과자상자 하나쯤은 애교였다. 이토록 거대한 쓰레기 봉지라니. 매장에서 종량제 봉투를 팔아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어느 순간 화장실 쓰레기통에 음료 쓰레기들이 많이 보이길래 외부음료 쓰레기는 직접 가져가 주시기를 정중히 바란다는 안내 문구를 붙였다. 모두들 음료 쓰레기를 버리며 오물이 묻은 휴지가 가득한 쓰레기통에서 그것을 꺼내 분류해야 하는 사람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세상에 이해 못 할 일이 어디 있으랴. 나도 여행 다니다 보면 오랫동안 타고 있는 차에 있는 쓰레기를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든다. 쓰레기를 들고 쓰레기통이 있을 것 같은 곳으로 향하는 마음 이해한다. 그래서 처음엔 그냥 받아서 처리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불쾌한 기분이 들었고 왜 그런 감정이 생기는지 고민해 봤다. 핵심은 ‘배려와 존중’이었다. 쓰레기를 버려달라고 하는 대부분의 요청에 그것을 받아 처리해야 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었다. 나에게 당연한듯 본인의 쓰레기를 건네도 된다고 여기는 태도에 대한 근원적인 거부감이었다. 자격지심이라고 오해라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 기침, 사랑’만큼이나 숨길 수 없는 것이 바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 없는 태도이다. 그 태도는 반드시 말투와 표정과 행동에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어있다.


장사를 할 땐 간과 쓸개를 다 빼둬야 한다는 말에 나와 남편은 반기를 들었다. 부당함마저 감수하려고 장사를 시작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차에서 들고 내린 음료수 쓰레기를 받아 들 때, 마스크 쓰레기가 버젓이 펼쳐있는 트레이를 받아 들 때 우리는 불편하다. 저들의 눈에 우리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거절의 방식으로 존재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에게 건넨 그 쓰레기를 되돌려주면 당사자는 당황하며 빠르게 자리를 뜬다. 대부분 인사도 안 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따금씩 불쾌한 감정을 인터넷에 남기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런 우리를 유연하지 못하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에서 조차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면 오래 일하기 힘들어질 것같다. 어차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 우리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감수하는 편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손님들과의 결을 맞춰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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