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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일지> 첫사랑 벚꽃

by 김잼

산책길에 내 손톱 만한 벚꽃잎들이 눈처럼 쌓여 있다. 어쩌면 벚꽃은 이토록 질 때도 아름다운가.

봄은 정말 꽃의 계절이다. 노오란 개나리, 무뚝뚝하게 지는 목련, 어딘가 모르게 올드한 철쭉, 새빨간 튤립까지. 자기주장 강한 꽃들 사이에서 벚꽃은 가장 존재감을 드러낸다.

봄 하면 단연 벚꽃이다. 완전 흰색도 아닌 것이 분홍색도 아닌 것이 오묘하게 연한 분홍 빛 색깔이다. 벚꽃은 수수하고 청순한 스타일이다. 질 때는 또 어떤가. 나풀나풀 나비 마냥 날아다닌다.

나의 고향은 진해이다. 진해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진해를 아는 사람 중에 진해가 벚꽃의 고장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안흥하면 찐빵이고 춘천하면 닭갈비고 바르셀로나 하면 가우디인 것처럼 진해하면 벚꽃 군항제다. 국내 원탑 벚꽃의 도시 진해이기에 벚꽃에 대한 자부심이 어릴 때부터 마음속에 있었다. 벚꽃 가득한 제황산공원과 중앙 로터리. 나의 따뜻했던 유년 시절 기억 속엔 늘 벚꽃이 있었다.

왜 유독 벚꽃만 이렇게 국민 첫사랑 재질로 사랑을 받을까. 길어봐야 열흘 피는 벚꽃이지만 사람들 기억 속엔 오래 남는다.

봄바람에 벚꽃 비가 내린다. 짧아서 아쉽고 아련하다. 벚꽃은 나의 마음 속 첫사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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