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샤인
언젠가 문샤인을 처음 봤을 때,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오묘한 은빛색감을 가진 식물이라니, 누구라도 그 모습을 본다면 마음을 빼앗길 것이 분명했다.
더 놀라웠던 것은 '문샤인'이라는 이름이다. 우리나라 말로 바꿔도 '달빛'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졌다.
문샤인은 수경재배와 흙재배 모두 가능하다.
처음 문샤인을 집에 들일 때는 작은 문샤인 자구를 수경재배로 시작했다. 예쁜 생김새를 가진 사람을 보면 성격이 까칠할 것 같아서 다가서기 쉽지 않다. 그래서 식물도 예쁜 애들은 돌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된다. 노심초사로 뿌리가 썩지 않을까 물을 자주 갈아주며 돌봤다. 문샤인은 생각보다 더 쑥쑥 자랐고, 수경재배를 시작했던 컵이 작게 느껴질 때쯤, 흙으로 옮겨심기를 해줬다.
흙으로 옮겨심기를 한 다음에도 단 한 번의 몸살도 없이 잘 자라줬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홀로 꿋꿋하게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어갔다. 식집사가 물을 줄 시기를 놓치더라도, 물이 모자라면 잎에 주름이 생겨서 쉽게 물이 필요한 타이밍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가장자리 쪽으로 새로운 싹이 올라왔다. 문샤인을 키우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일 테지만, 이렇게 처음 나온 새싹의 색감이 가장 은빛과 가깝다.
문샤인의 번식은 이렇게 새로운 자구가 생기면서 시작되는데, 대부분은 화분에서 꺼내서 분리를 해줘야 한다. 처음 자구 분리를 해야 하는 나로서는 뭔가 엄마와 아기를 떼어놓는 느낌이라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뿌리가 화분에 가득 차면 영양분 흡수나 건강하게 자라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도 같다. 더 편하게 자랄 수 있게 분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 자구를 분리할 때는 식물을 흙에서 꺼내서 모체와 연결된 부분을 잘라주면 되는데, 손으로 뚝 끊어줘도 괜찮다고 한다. 조만간 나도 자구를 분리해서 심어줘야 할 것 같다.
문샤인의 학명은 Sansevieria trifasciata 'Moonshine'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산세베리아의 개량종이다. 그러고 보니, 잎 모양이 산세베리아와 거의 흡사하게 생겼다. 산세베리아의 꽃말은 관용이라고 하는데, 신비로운 이름과 외모를 가진 식물이 꽃말까지 멋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관용을 베풀며 살기란 참 어려운 일 같다. 누군가 나에게 해를 끼치면, 그대로 갚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도 손해 보기 싫은 마음에 참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여기며 산다.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니지만, 그 당시 상황에서 보면 왜 그렇게 마음이 편협해지는지 모르겠다.
문샤인은 반양지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실내에서 키우기에 좋은 식물이다. 특히 침실에 두면 공기정화에 탁월하다. 키우기 좋은 온도는 18~27도로,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냉해를 입을 수 있다. 그래서 겨울철 베란다 월동은 추천하지 않는다.
문샤인은 성격이 좋아 초보 식집사가 키우기 좋은 식물이다.
과습만 피하면, 잘 자라고 쉽게 번식하는 착한 아이다.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혼자서도 말썽 한번 피우지 않고 혼자서도 잘 커주는 그런 모범생 같다고나 할까. 식물을 잘 들여다볼 시간이 없는 직장인에게 추천하는 식물로, 형태까지 예쁘니 더 사랑스러울 수밖에.
'못난 놈이 못난 짓 한다', '이쁜 애들이 성격도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 실제로 성격이 좋으면 예뻐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던 매력도 다시 보게 된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해 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주변 사람들을 더 사랑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