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붙박이별 Mar 16. 2024

우리는 모두 꽃이다.

아직 피지 않았다고 해서 꽃이 아닌 것은 아니다

 # 생각한 것보다 봄은 훨씬 빨리 다가오고 있었다


 점심시간.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모여든다. 쓸쓸하고 적막했던 그곳이 참새처럼 재잘대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 차니 진짜 봄이구나 싶다.

 나를 알아본 1학년 아이들이 어미 따라 나온 병아리들처럼 곁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오늘 점심에 맛있었던 반찬얘기, 수업시간에 떠들어서 혼난 얘기, 새로 들어갈 동아리 얘기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서로서로 먼저 말하려고 정신이 없다. 따스한 봄 햇살아래서 그림처럼 평화롭던 순간을 깨트린 것은 한 아이의 비명소리였다.


 "선생님, 얘 다쳤어요." , "제가 봤는데 OO이가 벌을 보고 놀래서 도망치다가 엎어졌어요.", "선생님, 이상하게 다른 곳은 벌이 없는데 저기만 있어요."


 어떻게 된 일인지 묻기도 전에 짹짹이 1학년들은 상황을 말해주었다. 엎어진 아이는 외관상 보이는 상처는 없었지만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아이를 보건실에 데려다주고 다시 화단으로 나가 보았다.

 정말 화단 한 구석에만 수십여 마리의 벌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혹시 벌집이 있나 싶어 가까이 가 보았다.  그곳에는 분홍색 들꽃이 피어있었다. 엄지손톱만 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정도로 작고 보잘것없었다. 아침저녁으로 영하를 오가는 날씨에 분별없이 먼저 피어난 아기 들꽃이었다. 성질 급하게 추운 날 피어난 꽃도 그렇고, 자그마한 것도 꽃이라고 모여든 벌도 새삼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생각한 것보다 봄은 훨씬 빨리 다가오고 있었다.

출처 : Pixabay


# 아직 피지 않았다고 해서 꽃이 아닌 것은 아니다


 3월이면 수업 첫 시간에 하는 활동이 있다. '작년에 아쉬웠던 점, 올해 이루고 싶은 일, 나에게 소중한 것, 최근 나의 고민'을 발표하는 활동이다. 처음에 이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제 중3인 아이들이 무슨 고민이 그렇게 있을까 싶었다. 덩치만 크지 아직 어린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워낙 해맑은 녀석들이라 몰랐는데 귀 기울여 듣고 보니 인생 고민 하나씩 안고 살아가는 모습에 마음 한쪽이 아려온다.

 아직 피지 않았다고 해서 꽃이 아닌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꽃을 피워내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온마음을 다해 꽃봉오리를 맺고 있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았으니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것뿐.

 



# 우리는 모두 꽃이다


 수업을 하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았다. 세찬 바람에 목련 꽃봉오리가 사정없이 흔들린다. 꽃봉오리는 통통 살이 올라있었다. 곧 피어날 것처럼... 목련이 지고 나면 분홍색 벚꽃이 피어날 테다. 벚꽃이 지고 나면 진분홍색 철쭉이 만발할 것이다. 꽃은 저마다 피어나는 때를 가지고 있다.

 철 모르고 피어난 꽃은 제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전에 사라지고 만다. 가장 적절한 때를 기다렸다 피어나는 꽃은 제 아름다움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아이가, 혹은 내가 아직 피어나지 않았다고 꽃이 아닌 것은 아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 우리는 모두 꽃이다.

 


 내가 아직 피어나지 않았다고 자기가 꽃이 아니라고 착각하지 말라. 남들이 피지 않았다고 남들이 꽃이 아니라고 여기 지도 말라. 내가 피었다고 해서 나만 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남들이 피었다고 해서 나만 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는 모두 꽃이다.

- 개그맨 김국진 -

출처 : Pixabay


이전 05화 나는 배신하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