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의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는 괜스레 더 짜증을 냈고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마도 병원 일정 때문인듯하다. 나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는 책을 읽고 있었기에 남편에게 도움이 되는 구절들을 말해주며 흥분했지만 그의 에너지 레벨은 전혀 올라가지 않았고 그는 계속해서 불안하고 침체된 자신의 상태에 대해 말했다. 병원치료로 어떤 돌파구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정기 검진을 가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매번 병원에 가는 것이 두렵고 의미 없고 지난번 의사가 말한 그 싸늘한 말을 잊을 수 없다며 나에게 그의 심정을 토로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속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기도 했고, 사실 나도 이렇게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내게 불만을 말하는 모습이 꼴 보기 싫기도 했다. 정적....
어제 저녁은 화가 났고 너무 슬펐다. 그리고 나는 왜 저런 아이를 만났나 이런 자책과 후회도 들었다. 밖으로 나가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 마음을 달래는 책도 읽었지만 여전히 어수선했고, 잠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나는 기운을 내기로 했다. 영혼의 기운이 세어지면 양의 기운이 차오른다고 한다. 그래서 힘을 내서 명랑한 척해보고 미소지어 본다. 실은 하루하루 발을 내딛는 것이 무섭고 두렵지만 용기를 내기로 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모든 사건들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내 운명 혹은 카르마일지도 모른다. 물론 나에겐 지금 상황이 엄청난 사건이고 슬픈 드라마처럼 다가오지만, 실은 스스로 만들어 낸 허상일 수도 있고 아님 정말 무작위 하게 발생한 우연의 현상일 수도 있다. 그 무엇이 되었건, 지금 내가 읽고 있는 모든 책들이 나에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 받아들이자!
무심하라
과거에 대한 집착과 후회도 버리고, 미래에 대한 과도한 희망도 접어두고 그냥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리라고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변하게 된단다. 주역에서는 내 영혼의 기운이 세어지면, 내 안에서 양의 기운이 올라와 내게 주어진 운명보다 더 멋지게 살 수 있게 된다고 주어진 운명을 탓하지 말라고 한다. 그 무엇이 되었건, 나는 이 시기를 지나고 나면 분명히 내 안에서 굉장히 강인한 영혼의 기운이 그리고 시크하고 멋진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리라 믿는다. 뭐 그런 생각을 하니 기분이 또 좋아지고 주파수가 올라온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경험을 해보지 않는다면 결코 지혜를 얻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의 이 상황은 어쩌면 성숙한 내 인생을 위해 필요한 단계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