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친구들과
[네팔에서 만난 아이들]
아침부터 뜨거운 소란함이 라라플레이스 식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어제부터 이어오던 토론과 언쟁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었다. 우리의 이번 여행비 안에는 하루에 얼마의 비용을 기부하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마침 기부를 하는 학교가 근처에 있어서 그곳에 방문을 할까?, 말까? 가 이 소란스러움의 원인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선물들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하루 동안 아이들을 만나고, 즐거이 놀아주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었다. 한국에서도 이런저런 봉사를 다녔기에 이런 일은 봉사 축에도 끼지 못하는 쉬운 일인데 우리는 제법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첫째. 이 방문이 아이들을 위한 게 맞는 것일까? 우리 이렇게 착한 일 한다.라는 기분을 느끼기 위한 방문이 아닐까? 우리만 좋자고 하는 일이 아닐까?
둘째. 우리의 방문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준비해온 것이 너무 없었다. 재미있는 혹은 유익한 프로그램도, 그렇다고 우리를 알리는 그 어떤 것도 없었다.
셋째. 근데 우리가 이따위 고민을 하는 게 맞을까? 그냥 동네 언니 오빠들처럼 방문할 수도 있는 거잖아?
만약 감정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우리들의 머리 위에는 아마 구름, 안개, 물음표 따위가 가득하지 않았을까?
많은 고민, 그리고 수많은 걱정과 이야기가 오고 갔고, 우리는 아이들과 만나기로 결정했다. 위의 세 가지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았냐고? 아니. 우리의 결정엔 아무런 답도, 명확한 이유도 없었다. 그날따라 라라플레이스로 비추는 햇살이 조금 더 따뜻했고, 우리의 변덕스러운 마음이 아침에 먹은 차 한잔과 합쳐져 이상한 화학작용을 했을지도.
학교는 라라 플레이스에서 느리게 걸어도 15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었다. 가는 길은 흙과 돌이 섞인_대충 마을 사람들이 정리는 해놓았지만, 정비되지 않은 시골길이라고 하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_ 거친 도로가 있다. 띄엄띄엄 단 층짜리 집들이 있고, 어느 집엔 개들이 또 어느 집엔 마른 소_내가 생각하는, 아니 봐 왔던 소들은 대게 통통하게 살이 오른 황색의 혹은 얼룩무늬 젖소들이었지 이렇게 앙상한 소들은 동물의 왕국에서 건기를 지나는 소떼들.로 본 게 다였다._들이 한 마리, 두 어마리 메어져 있었다.
도배도 되지 않은 콘크리트 벽이 그대로 보이는 건물이 오늘 우리가 방문할 곳이라고 한다. 예전 초등학교 저학년 때 보았던 나무 책걸상이 놓아져 있고, 창 유리는 어디로 갔는지 모양만 남아 있다. 에어컨을 킨 것도 아닌데 약간의 서늘함이 느껴진다. 그곳에 우리와 오늘 하루를 보낼 아이들이 있었다. 처음 네팔 공항을 빠져나왔을 때 느꼈던 따스함은 간데없다. 서늘하고 건조한 햇살과 바람이 아이들의 볼을 빨갛게 물들어 놓았다.
우리는 영어로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꼬리잡기를 하고, 단체 줄넘기를 하고, 밀가루 게임_달려와서 밀가루에 숨겨져 있는 사탕을 먹는 게임, 우리가 준비했던? 생각했던 게임들은 우리가 초등학생일 시절, 운동회 때 했들 법한 그런 게임들이었다._을 했다.
역시 클래식은 누구에게나 통한다. 우리의 게임은 인기 만점이었다. 아이들과 우리는 서로의 팀에게 지지 않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고 또 즐겼다. 어색함은 어느새 사라진 지 오래였다.
게임이 끝나고 간식을 나누어 먹고 있을 때, 여행 내내 내 목에 걸려있던 필름 카메라에 아이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Do you want to try?”라는 말에 너도나도 카메라를 사용해보길 원했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_무엇을 찍을까? 궁금해했는데, 아이들은 우리의 모습을 담아주었다. 우리는 아이들을, 그리고 아이들은 우리를. 아빠의 카메라는 이제 더 이상 아빠만의 것이 아니었다. 나의 눈이 되어주고, 또 아이들의 눈이 되어 네팔을 담았다._
아이들은 행복해했고, 내 입가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문득 아침에 했던 토론들이 무의미했음을 깨달았다. 그냥 만나러 오기만 했으면. 그러면 됐었다.
오늘따라 친구들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