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되고 싶어는 기억하고 싶다와 같은 말
[여기 왔다 감.]
우리의 마지막 베이스캠프인 하이캠프에 도착했다.
‘끝났다!’라는 감상 보다도 창문 가득히 붙어 있는 여러 스티커, 엽서들이 눈에 들어온다. 빽빽한 사람들의 발자취 속에서 굳이 꾸역꾸역 빈자리를 찾아 우리를 밀어붙여 넣었다.
오늘을 남긴다. 우리를 새긴다.
하루에 여덟아홉 시간을 함께 걸으며 나누었던 시답지 않은 농담부터 작지만 소중한 나의 이야기들,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씻지 못할 일이 또 있을까? 하는 더러운 즐거움까지도 한데 엉켜 진득하다.
유리창의 기능을 잃은 지 오래인, 게시판 내지 지나간 사람들의 추억과 마음이 다닥다닥 붙어 어수선한 이곳에서 우리의 스티커들은 언젠가는 가차 없이 떼어지겠지. 혹은 색이 바래 어떤 그림이었는지도, 또 우리가 왔다 갔는지도 알 수 없겠지.
그럼에도 남겨놨어야 했다. 이곳을 또 지나칠 아무개들이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우리를 보고 반가워하길, 기억해주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