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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구리 Jun 01. 2022

모모를 아시나요?

시간의 맛

[모모를 아시나요]


 모모는 네팔과 티베트의 전통적인 만두 요리이다. 다진 고기, 야채, 향신료 등을 첨가하여 빚어내 찜통에 쪄내는 요리로 우리나라의 만두와 그 모양이나 조리법이 꽤나 비슷하다.


 앞서 이미 모모를 언급해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그 맛을 대충 짐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에게 모모는 한국의 맛을 절로 생각나게 하는 충격적인 맛이었다. _물론 맛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우리들에게 이 음식은 고수를 처음 먹었던 그 순간처럼 도전의 맛이었다. 모모를 한 입 베어 물고선  다시 모모를 입에 올리지 않았고, 놀림의 수단이 되곤 했다. 예를 들어 “야, 그럴 거면 모모 먹어” 라던지?_


 모모 이야기를 따로 하고 싶었던 이유는 만두가 내 소울푸드쯤 되기 때문이다._소울푸드라는 멋들어진 말을 붙여도 될까 싶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고, 가장 쉽게 찾아 먹는 음식은 맞는 것 같다._


 어린 시절_내가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이니 10~13살, 초등학생 무렵일 것이다._ 흔히 소설이나 드라마 도입부에 나오는 것처럼 엄마 아빠는 늘 바빠 삼 남매인 우리끼리 저녁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_늘 바쁜 부모님이 계시지만 종종 저녁을 우리끼리 보낸 이유는 우리 삼 남매가 바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가 끝나면 나는 피아노, 여동생은 바이올린, 남동생은 바둑이나 탁구 따위를 배우거나, 은퇴하신 미술 선생님이 운영하는 화방에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있곤 했다. 심지어는 동네 할아버지에게 회초리를 맞아가면 천자문을 외우기도 했었지._ 저녁을 우리끼리 해결해야 할 경우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라면이냐 만두냐. 그럴 때면 난 늘 냉동실 한편에 자리 잡은 상자를 꺼내곤 했다. 그 안에는 어린애 주먹만 한 고기만두가 두 줄로 나란히 놓아져 있었다. 그것을 하나씩 접시에 올려 레인지에 3분 정도만 돌리면 적당하게 한 끼 때우기에 참 좋았다. 지금은 워낙에 좋은 세상이라 집에서 빚은 것 같은, 또 온갖 것이 다 들어간 만두들이 레토르트로 나와있긴 하지만 여전히 또 새삼스레 그 촌스러운 고기만두를 좋아한다.


 엄마랑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예전엔 참 맛있었는데, 그 맛이 안 나네?", "예전만 못하네"

"너네가 돈을 벌기 시작해서 그렇지."
 엄마 아빠는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고, 우리 삼 남매는 집 밖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셋이서 밥을 먹는 것보다 둘이 혹은 혼자 먹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 비싸고 진귀한, 또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음식들을 종종 사 먹곤 한다.

 입은  즐겁고, 배는 불러오는  어쩐지 배고픔이 가시않는다.  결국  자극적인 새로운 것을 찾아본다. 지도에는 누가  봤다던, 아직도 그리고 결국엔 가지 않을 맛집들이 가득하다.

 

 그 시절의 맛이 멀리 이곳에 와서야 생각이 난다.

지금 떠올린 만두의 두꺼운 밀가루 피 안에 가득 담긴 게 만두소인지, 그 때의 시간인지 잘 모르겠다.

 집에 도착하면 만두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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