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의 인문학포럼을 마치고 일상의 공기 속으로 돌아왔다. 일상의 질서에서 벗어났다가 돌아온 오늘 아침은 사흘 전 보다 더 귀하게 바뀌어있다. 경험의 순기능이다.
작년의 나, 삼 년 전의 나, 십 년 전의 나, 이십 년 전의 나... 각각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다른 모습으로 다른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때마다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었고, 그것만큼은 시공을 초월해서 동일한 모습의 나다.
모닝페이지는 고양이의 그루밍이다.
고양이가 털을 다듬으면서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해소하듯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써 내려가면서 순간순간 쌓이는 낡은 세포를 떨쳐내고 뇌 세포의 결을 다듬는다.
모닝페이지는 정신적인 스트레칭이고 샤워다.
근육을 늘이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으로 밤새 굳어있는 신체 기능을 원활하게 만들듯이 경직된 생각의 근육을 유연하게 늘이고 데운다.
글감 다듬기
<관계의 인문학 -소통. 공존. 공감을 위하여>라는 대주제의 포럼을 통해 건진 키워드를 넣어서 만든 열개의 문장을 적어본다. 이 키워드들은 포럼에서 다루어진 내용의 전반적인 정리가 아니라 단순히 나의 관심사에 닿아있는 것, 나의 무의식을 일깨우는 단어들의 조합이다.
1. 아름다운 사람이란 자기 다운 삶을 사는 사람
2. 지식활동가의 마음공부
3. 근본적으로 듣는 힘 기르기
4. 확장된 언어를 다룰 수 있는 확장된 문해력
5. 교육을 통한 관점의 전환으로 돌파구 찾기
6. 자기 이미지에 대한 효능감
7. 하나의 종교로 까지 확산. 승화되는 이야기의 의미
8. 가고 옮을 되풀이하려는 노력
9. 이야기를 통한 정체성 찾기
10. 경험으로 먹고살기
시장에서 사 온 식재료들을 씻고 다듬고 분류해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마음으로 한꺼번에 들은 많은 내용들을 일단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해서 폴더 냉장고에 넣어둔다. "지식 냉장고" 개념은 한근태 작가님으로부터 빌려온 것이다.
한근태 작가님이 소개하신 생산성을 위한 메모법, hub&spoke 방식을 차용해서 글감을 정리하고 있는데 매우 유용하다. hub는 중심을 뜻하고 spoke는 바퀴의 살을 뜻한다. 신문이든 책이든 강의든 어디서든 읽고 들은 자료들을 메모한 것을 일단 하나의 폴더(hub)에 넣는다. 다음으로 일명"지식 냉장고"인 주제별 폴더(spoke)에 옮기는 것이다. 식재료를 사 와서 냉장고에 정리해 놓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두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게 되듯이 글감도 그런 것 같다. 메모를 활용도에 따라서 정리해두지 않고 막연하게 가지고 있으면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된다.
한근태 작가님은 "메모의 목적은 마음의 평화다."라는 참신한 정의를 내리셨고, 이백프로 공감한다. 나중에 쓰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에 부유하고 있는 글감은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구체적인 단어와 문장으로 어딘가에 써놓을 때 비로소 마음을 안정시키는 실체가 되어 힘을 갖는다.
아름다운 사람이란 자기 다운 삶을 사는 사람
연세대학교 사학과 백영서 명예교수님의 기조강연의 일부를 필사하는 것으로 새로운 굿모닝을 시작한다.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인문학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려는 '공생의 인문학'은 '아름다운 사람'을 기르는 것을 지향한다고 말한다면 좀 더 실감 나지 않을까 한다. '아름다운 사람'이란 한 마디로 '자기답게 사는' 삶을 영위하는 주체임을 자각하고 감각이 온전하게 깨어남을 끊임없이 견지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그가 오감을 통한 생생한 미적 체험을 통해 세상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 개인의 내면 변화를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생기 넘치게 살아가는 개인의 아름다움을 허용하고 북돋는 조건을 일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과 '아름다운 세상'이 하나로 되는 과정은 개인 차원의 내면 변화 곧 개인 수양과 함께 사회변혁을 동시에 수행하는 과정이라고도 바꿔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