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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l 16. 2024

나는 나를 사랑한다

-<원라이너> 11화.




불안정한 세상, 흔들리기 쉬운 멘탈,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어떤 좋은 책도, 그림도, 음악도, 사람도, 의미도...

내가 무너지면 소용이 없다.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수학자 허준이 교수님의 서울대학교 졸업식 축사가 세간에 회자되었다. '자신에게 친절하길'이라는 문장이 대표적으로 공유되었지만, 나는 그 연설에서 '의미와 무의미의 폭력'이라는 문구를 강렬하게 받아들였다. 그 문구가 들어간 문장 전체는 이렇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허무와 나태, 무의미를 이겨내야 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는데, 의미라는 단어는 추구해야 하는 가치로 주로 받아들였지 의미도 폭력일 수 있다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했는데, 이 문구를 접하면서 의미의 폭력이 어쩌면 더 잔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눈만 뜨면 넘쳐나는 의미의 쓰나미에 생각할 틈도 없이 휩쓸리기 일쑤다. 불안이 높은 세상일수록 의미의 폭력이 거세지는 것 같다. 자신이 불안하니 타인에게도 불안을 조장하게 된다. 불안이 전염되고, 그 불안 속에서 목적과 방향을 상실한채, 서로 '토닥토닥', '괜찮아' 라는 정겹고 따뜻한 의미를 부여한채 머문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누군가 타인의 위로나 격려, 지지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자신이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고, 격려할 수 있고, 지지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쉽게 지치고 두려워하는 내 안의 여린 자아를 토닥이고 일으킬 수 있는 성숙한 자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드높은 가치를 지향했던 교육계에 몸 담았던 시절,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강화된 초자아는 어마어마한 초월적인 사랑을 꿈꾸었다. 최고 수준의 사랑, 찐사랑, 지고한 사랑, 성숙한 사랑, 이타적인 사랑, 무조건 주는 사랑, 아가페적 사랑, 신적인 사랑...



그러한 인간상을 공부하고 배우고 감동받고 옷자락이라도 붙들고자 했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학인들은 행복하지 못했다. 그 높고 깊고 넓은 사랑에 도달하기 위한 출발은 나에 대한 사랑이고, 그것을 간과하는 이타적인 사랑은 오래가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헌신했던 사람들에게서 들려오는 대사는 한결같다.

"내 몸을 아끼지 않고 타인을 위해 살았고, 도움을 주었는데, 정작 내 인생은 없고, 공허하다. 억울하다."

이런 마음이 든다면, 이런 상태에 있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나의 엄마가 되는 것이다.

내가 나의 애인이 되는 것이다.

내가 나의 엄마가 되고, 애인이 되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사랑을, 받고 싶은 사랑을 나에게 주는 것이다.



안락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좋은 음식을 먹이고, 깨끗하게 씻겨주고, 단정한 옷을 입히고, 기쁘게 해 주고, 슬픔을 위로하고, 위험에서 지켜내고, 끊임없이 격려하고, 지지하는 일이다.



나의 치어리더가 되어 응원해 주고, 다이어리에 칭찬스티커를 붙여주고, 명언을 투척해서 힘을 주고, 재미있는 영상을 보여줘서 웃겨주고, 거울을 보며 나에게 가장 예쁜 웃음을 웃어주는 일이다.



라이킷을 누르지 않더라도, 댓글이 달리지 않더라도, 구독자가 이탈하더라도, 글이 안 써지더라도, 내가 작가라는 사실에 의기소침해지고 의심이 드는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세상은 급변하는데 나만 정체되어 있는 것 같더라도... 흔들림 없이 나를 지키고 가만히 존재하는 일이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또박또박 세 번을 써보자.



내가 최고야!

기쁘게 말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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