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연애 그리고 임신 중이었을 때 빼고는 그다지 눈물이 많았던 기억은 없다. 싸울 때도 화가 날 때도 감정적이면 지는 것이라고 여겼었고 그 가장 단적인 예가 바로 눈물이었으니까-
그렇게 잘 나오지 않는 눈물이 왈칵일 때가 있는데
내게 그때는 바로 뭔가 억울할 때이다.
인정받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듯-
살아가면서 억울한 일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불법적인 일이라고 한다면 고소를 하든 신고를 하든 나라의 힘을 빌려서 뭔가 해보겠지만 인간사가 그렇게 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어서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큰 조치 없이, 그냥 그 사람을 혹은 그 자리를 떠나면서 상황이 종결된다.
어이없게 차였다던지, 갓 입사한 회사의 상사가 너무도 이상한 사람이라던지, 마케팅 의뢰를 하고 싶다고 해서 기껏 이것저것 준비하고 미팅에 나갔는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어느 회사의 중견 관리라던지... 이런 종류가 그렇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 중 몇몇은 어떻게든 복수를 하라고도 하는데, 나는 그럴 때 지인을 만나 한바탕 털어놓거나, 상세한 감정과 정황을 개인 일기장에 잔뜩 써 둔 후 그냥 잊어버리려고 하는 편이다.
일단 나름 발산은 했으니 큰 폭발까지는 가지않고, 세상 억울했던 감정은 시간과 함께 서서히 옅어진다.
누군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내 감정 낭비를 하고 시간을 쓰는 것보다 그를 잊고 나중에 더 잘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게, 그때에는 내가 모든 면에서 우위가 될 수 있도록 시간과 분노를 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어이없이 만든 사람이라면 다른 누군가에도 당연히 그렇게 할 테고 언젠가는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그의 코를 다치게 할 것이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혹 이번 생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조상의 업보가, 조상의 선행이 자손에게 이어지듯 이번 생이 아니라면 그 아래의 누군가가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거라고 여긴다.
그리고 여기까지 생각하면 굳이 내가 나쁜 행동까지 할 필요 없지 않을까? 로 결론이 내려진다.
인생의 승패는 한순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내내 무언가가 쌓일 것이고 이 일을 계기로 나는 한층 더 단단해졌을 테니까. 여기에 복수를 승화시킨 나를 위한 노력이 더해졌다면 부득이하게 다음에 그를 만났을 때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테니... 물론 다시는 인생에 섞지 않는 게 정답일 테지만-
일방적인 정신 승리라고 치부해도 괜찮다. 나는 내가 지켜야 한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도대체 내 조상들은 무슨 나쁜 짓들을 하신 것인가!라는 생각이 조금 들긴 했지만 그 부분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어제 인연이라고 생각하는 지인의 좋은 소식과
악연이어서 도려내버렸던 누군가의 그다지 좋지 않은 소식을 한 번에 들었다.
그때 나를 망가뜨리지 않고 잘 피해서 다행이다.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삶은 가끔 불공평하면서도 순리대로 작동하기도 한다.
조금 고소한 기분.
오늘도 나를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