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남이 해준 음식은 늘 맛있다.
우선 바깥에서 사 먹은 음식을 이야기 하기 이전에 몰타에는 유명한 전통 음식이 하나 있다.
파스티찌(Pasitizzi)라는 건데 겉은 기름으로 눅진해진 크로와상같이 생겼고, 속에는 앙금 같은 것이 잔뜩 들어있다.(속재료는 다양하게 넣어 만들 수 있다.) 어학원에서는 신입생 환영의 의미로 레벨 테스트가 있는 날, 레저 룸에 가면 파스티찌를 나눠주는 행사를 했었다.
나는 어쩌다 한 번 시간이 맞아서 파스티찌를 먹어 본 적이 있었는데, 겹겹이 쌓인 빵에 달달한 속재료가 어우러져 있는 것이 손에 기름이 잔뜩 묻기는 했지만 은근히 맛있었다. 한 개를 더 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마유 짱이 한마디 했다.
"파스티찌 1개당 500kcal야."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이 작고 연약한 것이 500kcal나 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누구보다 진지한 마유 짱에게 재차 확인했지만 단호한 대답만 돌아왔다. 그래서 나는 그때 한번 이후로 파스티찌를 먹지 않았다.
그다음으로 몰타에서 많이 알려진 음식은 토끼 고기이다.
하루는 헤이미와 헤이미 플랫 메이트 야야와 함께 발레타에서 유명한 '네누'라는 식당을 갔었다. 구글 맵을 켜서 겨우 찾아간 그곳은 층고가 높은 식당이었다. 나, 헤이미, 그리고 야야와 함께 먹기 위해 하나는 네모 반듯하게 잘려 나오는 피자빵 같은 음식, 나머지 하나는 라비올리 같은 느낌의 음식을 시켰다.
그렇게 한 번의 경험을 가지고 있던 곳에 지지 언니, 나, 쩡A, 그리고 유유 씨까지 넷이서 함께 갔다.
유유 씨를 제외한 나머지는 토끼고기를 먹어보겠다고 약간의 기대에 차 있었는데, 메뉴판을 정독한 나는 뭔가 특이점을 발견했다. 내가 지난번에 와서 먹었던 라비올리 같은 음식 안에 토끼고기가 들어가 있다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그 맛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서 이번에는 토끼 고기 정식으로 주문했다.
플레이트 하나에 토끼고기와 소스가 담겨 나왔고 사이드로 찐 야채랑 감자가 나왔다. 생김새는 치킨 가슴살 부분을 오븐에 한번 구워내어 하이라이스 소스를 뿌린 느낌이었다.
직접 먹어본 맛을 설명해보면...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는 않았다. 기름기가 많고 질긴 닭고기 같았다. 음... 그날 내 입맛이 별로였던 건지 아니면 그날 요리가 별로였는지... 다시는 사 먹지 않을 그런 음식이었다. 그래도 경험해봤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었다.
1편에서도 얘기했지만 몰타에 있는 레스토랑 음식들은 나에게 짜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의 달면서 짠 음식이나 매우면서 짠 음식 모두가 건강에 안 좋은 건 마찬가지겠지만 유럽의 기름지면서 달고 짠 음식은 나의 입맛을 그닥 사로잡지 못했다. 하지만 굶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잘 먹고 다녔다는 것이 팩트다.
이곳은 AMN과 슬리에마 쪽에 와서 방문하게 된 음식점이다. 몰타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이 이탈리안식이라는 점에서 특별할 것이 없었다.
테이블에 앉아 주변 외국인들이 어떤 메뉴를 주문해서 먹었는지 살펴봤다.
대부분 피자를 많이 먹고 있었다. 근데 놀라웠던 건 다들 피자에 진심인듯 남녀노소 할 거 없이 1인 1판을 하고 있었다. AMN과 나는 각각을 위한 스타터와 AMN은 피자, 나는 해산물 파스타를 메인 메뉴로 시켰다. 이 식당에서 제공하는 양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스타터까지 시킨 거였는데 끝까지 먹기가 힘들었다.
"너 메인 메뉴 다 먹은 거면 내가 나머지 먹어도 돼?"
대식가 AMN이 이렇게 질문하고는 내가 남길 뻔한 파스타를 다 먹어줬다.
그러면서 알게 됐다. 내 또래의 일본 사람들은 자신 앞에 놓인 음식은 남기지 않고 다 먹어야 한다고 배웠다는 것을 말이다.
이곳은 얼떨결에 두 번 방문했다. 첫 번째는 AMN의 몰타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라라와 함께 갔고, 두 번째는 지지 언니와 쩡A와 함께 플레이 모빌을 다녀온 후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었다.
지하층은 건물 안에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서 추위를 못 느끼지만, 지상층은 테라스로 되어 있어서 식사를 하면서 바닷바람을 제대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두 번 다 석양이 짙게 내려앉은 저녁 시간대에만 와봤는데 해가 쨍쨍한 오후에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지기는 했다.
아무리 사시사철 따뜻한 날씨를 자랑하는 몰타 날씨라고 해도 저녁때 해가 지면 바닷바람 때문에 춥다. 다행히도 직원분들이 난로도 켜주고 담요도 제공해주지만 이것들만으로 완벽하게 해결이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레스토랑을 선택하는 이유는 바로 오션뷰 선셋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각도만 조금 틀어서 보면 석양이 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그 감성에 젖어들게 된다.
처음 간 날, 라라는 스타터와 메인 메뉴를 시켰고 AMN은 매우 식욕이 돋았는지 메인 메뉴 2개를(피자 한 판, 파스타 한 접시) 시켰다. 직원분이 어찌나 놀라시던지 주문서를 들고 와서 계속 확인을 했다. 그래서 라라와 나는 그때마다 "이 친구는 많이 먹는 사람입니다."를 여러 번 설명해야만 했다.
두 번째 방문해서는 다른 메뉴를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하고 주문을 했다. 그런데 음식을 받고 먹는데 굉장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뉴판을 다시 읽어 봤는데 지난번과 같은 메뉴였다.
나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딩글리 클리프에서 선셋을 촬영하기 위해 지지 언니, 헤이미, 꿩지, 나 이렇게 넷이서 움직인 적이 있었다. 딩글리 클리프 절벽 근처에 식당 하나 정도는 있겠지 싶었는데, 작은 펍을 발견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가 끊길 거 같아서 부랴부랴 발레타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추위에 떨어서 콧물이 나고, 키니밖에 마시지 못해서 배가 무지 고팠다. 여러 고민 끝에 마노엘 섬 근처에 늦게까지 여는 식당을 발견했다. 그지라 근처에서 내려서 마노엘 섬으로 걸어 들어간 후 바로 보이는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그날 유난히 힘들고 배고파서 그런지, 우리나라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었는데 허겁지겁 잘 먹었다.
여기서 팁은 야외 테이블보다 식당 내부로 들어가서 식사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하루는 루드윅 선생님이 한국 에이전시 직원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안 그래도 대학 동기 드니가 갑자기 카톡을 보내서 의심을 했었는데 진짜로 한국 갭이어 직원 몇 명이 시찰을 왔다. 내가 몰타에 있을 때 대학 동기 드니가 출장을 오게 된 것이었다.
졸업하고 나서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가끔 카톡을 주고받는 것뿐이었는데, 이렇게 머나먼 이국땅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있으니 신기할 다름이었다.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워서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토요일 오전에 유명하다고 소문난 맘마미아 식당에 함께 갔다.
바다 위에 있는 테라스 쪽에 가서 앉았는데 요트 선착장 바로 옆이어서 정박해 있는 요트들을 실컷 구경하고,
spriz 음료도 시켜서 마셔보고 꼭 먹어봐야 한다는 문어 파스타도 먹었다. 계속해서 느끼는 거지만 몰타에 있는 레스토랑들은 여백의 미는 추구하지 않는다. 커다란 접시에 가득 채워준다.
우리가 한국인인걸 안 직원 한 명이 자신에게 한국인 친구 1명이 있다면서 아는 한국말 단어를 대방출했다. 그러다가 식전에 제공한 빵이 남은 걸 보고선 치워도 되냐고 물어본 후 창문을 통해 바다에 던졌다. 나는 놀라서 빵이 던져진 바다에 시선을 두었는데, 물고기들이 뻐끔거리며 달려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몇몇을 제외하면 단기 어학연수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이별의 시간이 자주 찾아왔다. 우리는 마지막을 추억하자는 의미에서 외식을 하러 나갔다.
내가 살던 숙소에서 몇 발자국만 걸어 나가면 멕시칸 요리를 파는 음식점이 있었다. 힐리가 같이 가자고 가자고 노래를 불렀지만 결국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 라라, 푸미, AMN 네 명이서 아미고 음식점을 방문했다.
각자의 취향과 생각이 너무도 달랐던지라 각자 먹고 싶은 메뉴 하나씩을 선택해서 공유해서 먹기로 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한국에 있는 멕시칸 음식점에 간 거나 다름없고 그냥 힐리한테 부탁해서 만들어달라고 해도 나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은 맛으로 먹은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감사함으로 먹었다.
라라의 생일 겸 몰타에서의 마지막 주를 기념하기 위해 근처 레스토랑을 갔다. 이런 날은 꼭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치타와 마유 짱까지 함께해서 총 6명이 갔다. 나는 한번 장에 탈이 난 이후로 진정이 잘 안된 상태였는데, 이날 낮에 약도 먹고 낮잠도 자면서 함께 할 거라는 의지를 불태워야만 했다.
여하튼 다른 친구들이 주문한 피자나 파스타, 리소토 등은 벌써 나왔는데 내가 주문한 치아바타 버거와 감자튀김은 한참 뒤에야 나왔다.
여기 식당도 양이 어마어마했다. 내가 뭐 이리 양이 많냐고 당황해하니 친구들이 빵은 놔두고 속에 있는 것들부터 먹으라 했다. 친구들이 시키는 대로 속 재료들부터 먹었는데 양이 줄지를 않았다. 이건 버거와 감자튀김이 새끼 치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상악 하악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지만 그만큼의 소득이 없는 모습을 본 친구들이 안 되겠다며 음식 남기지 않기에 동참해줬다. 이날도 친구들 아니었으면 후회를 가득 남기고 올 뻔했다.
이날은 나와 푸미가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며칠 뒤에 파리에서 한 달 사는 프로젝트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푸미는 홈스테이로 숙소를 변경한 상태였다. 그래서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슬리에마 중심부에서 조금 걸어가면 있는 식당을 예약했다.
이날은 힐리, 치타, 푸미, 나나, 뽀, 나 이렇게 6명이 함께 했다. 나나와 뽀는 라라가 혼자 지내던 방에 다음 타자로 온 메이트들이다. 나나는 일본 대학생이었고 장기간 머물 예정이었다. 뽀는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을 한 듯한 스무 살 프랑스인이었는데 영어를 배울 겸 발레타에 있는 박물관에서 단기 인턴생활을 하고 있었다.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해서 먹었다. (이렇게 먹고 디저트 가게에 가서 젤라토를 먹는 건 만국 공통인가 보다.)
나와 처음부터 함께했던 치타와 힐리 그리고 일주일 뒤에 온 룸메 푸미 그리고 얼마 같이 있지는 못했지만 나름 재밌는 추억을 만든 나나와 뽀까지... 몰타에서의 마지막 외식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솔직히 나에게 '그리운 몰타의 맛'은 없다. 단지 아쉬운 점은 몰타의 음료 '키니'를 맛 별로 구매하여 마셔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음에 몰타에 갈 일 있으면 꼭 맛 별로 한 번씩 마셔볼 것이다.)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현지 식당도 꽤 가본 듯하다. (몇 군데만 빼놓고 거의 다 작성한 셈...)
직접 만들어 먹든 밖에서 사 먹든 그 시간만큼은 너무도 소중하고 즐거웠던 순간이었다.
엄마는 늘 "싫어하는 사람이랑 같이 밥 먹지 마"라는 말을 했었다.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밥을 먹으면 없던 정도 들어서 쉽게 내칠 수 없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서로 싫어했다는 말은 아니지만, 같이 밥을 먹으면서 서로 교감이 됐던 듯하다. (요즘 다시 꼰대희의 "밥 묵자"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서먹한 관계이지만 친해지고 싶고 소통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같이 밥을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