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참, 곱다 11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순미 Jan 03. 2023

시시콜콜 자세히 보지 않아야

오래 볼 수 있다

"제부들이 얼마나 깔끔한지 마지막 배춧넣기가 무섭게 붉은 양념  흔적 하나 없이, 씻을 그릇 하나 없이 정리가 끝나더."

동생 집에서 김장한 친구의 말이다.

깔끔하게 살림 도와주는 남자가 부럽댔더니

" 말하면 잔소리지. 근데 좀 부담스럽기도 하더라구."

털어놨다.


청결하고 깔끔한 거 좋아하지만 점점 느슨해지는 걸 스스로도 느끼는 시절이다. 그런 중에도 몇 가지 지점은 허락이 안 된다. 그런 까닭에 남편이 주방에 들어서면 고마운 마음 전에 도끼눈이 허리에 손을 얹는다. 꽁무니 따라다니며 치다꺼리 바빠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싶을 때면 친구의 제부들이 한없이 탐났더랬다. 그런 중에도 결과물은 흡족한 수준이어서 완벽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진실이 날 울린다.


최근 들어 남편이 음식을 해주겠다고 가끔 주방을 꿰찰 때가 있다. 비린 생선을 그닥 즐기지 않아 낚시한 어류들을 자주 소비하지 못하니 직접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안하고 감사한 일이나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어 반가운 맘에 더해 불편한 불거진다. 기름이 사방에 튀는가 하면 야채도 제대로 않는 것 같고, 비린내 나는 칼도 물로만 헹궈 칼집까지 냄새가 배곤 한다. 이 지점이 불편하댔더니 친구가 하는 말이  웬만하면 극복하란. 그저 고마운 마음으로 잠자코 먹기나 하란다. 깔끔떨어봤자 끼니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남편이 차지하면 주방엔 얼쩡거리지도 말란다. 묵묵히 기다리면 남편의 주방이 흡족할 날 올 거란다. 하, 웅녀에게 기다림의 세례를 받지 않아 인간적일 수 없었던 건가?


스스로 주방으로 나선 남편에게 말로 따귀 때리며 공을 깎아내리기 전, 좀 무심하게 바라봐도 되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후처리에 상심하기보다는 주방에 발을 들인 애틋한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건만,

맘에 쏙 들게 하려고 참견하기 전에 헐렁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칭찬 먼저 건네 텐데,


과도한 요구, 넘치는 기대, 차가운 시선을 던지느라 너그러움을 깜박 상실하고 말았다.

남편의 변화가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인지는 놓치고,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는 시력으로 흠집을 찾느라 몰입했으니 별쭝스럽 우둔했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사력을 다해 군티를 찾느라 하마터면 눈동자가 안쪽으로 몰릴 뻔하지 않았나.



거리를 두고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운  있다. 시시콜콜 자세히 보지 않아야 질리지 않고 오래 볼 수 있다. 사람도 사랑도 풍경도 주변도, 희미해서 오히려  아름다울 때가 있는 것처럼.


부부의 인연은 결코 흔하지 않아 기적같은 일이라고 말한. 광활한 우주 속 수많은 사람 중에  남자와  여자가 만나 약속한 동행은 그래서 기가 막히게 신비로운 연리지 같잖은가.

늘그막까지 서로의 빈틈을 채우며 타박타박 걸어가는 뒷모습에서 감칠맛이 풍성하려면 나비눈으로 바라봐야 할 일이다. 곧이곧대로의 눈은 감고 띄엄띄엄 보아야 따뜻한 동행이 무르익을 이다.  







이전 10화 계량스푼으로 차리는 밥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