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그릇이깨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느라까만 머릿결은윤기를 잃었고 몸짓은 단단함으로 치자면 함량 미달이 되고 말았어요사실.
그래도 상관없어요.
동이 트면 가젤도 뛰고 사자도 뛴다잖아요. 먹히지 않고 굶지 않기 위해서. 주어진 상황은 좀 불리하지만 성실하잖아요 우리. 늘 그랬던 것처럼 죽 쑨 얼굴 집어치우고 서러움도 걷어치워요. 다시 시작이라는 이름으로 함량 미달쯤이야 헤쳐나갈 수 있을 거예요.최선을 다하는 가젤과 사자처럼요.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묵묵히 애써줘서
넘어져도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 줘서
불쑥 튀어 오른 고난앞에서도 상심하지 않고 버텨줘서
부끄럽지 않게살게 해줘서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세상을 보여줘서
흠 없는 사람이라고 바라봐줘서
고마워요그대
참 많이 의지했어요.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한쪽 어깨 다 적시며 온전히
내게 우산 받쳐준 그대.
그래서 더미안해요
더는
미루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말하고 싶어도 지금처럼 저장만 해둘지 모르니까요.
쑥스러움은 피차일반이나 늦기 전에꺼내봅니다.
사랑합니다 그대라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김광석)라는노래 제목처럼 어느새 그즈음에 도달했다는 걸 알아챕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기뻤던 날도 미워질 만큼 서운했던 날도새살이 차오르지 못해 아팠던 날도또렷하게 기억나는 날도 까맣게 잊힌 날도 마이너풍 트롯 발라드의 애달픈 사연이 되어 흘러간 세월에 촘촘히박혔더군요. 쌓인 날들이 있기에 잔잔할 것 같지만 지금도 종종 마음에선 거센 물결이 일곤 합니다. 남은 날들이 '괜찮음'에 닿은 듯이 흘러가기를 바라는 맘으로 지나간 날의 스케치를 되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