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정 Jun 19. 2021

믿어라. 이루어질 것이니!

워킹맘 이야기

엄마는 시크릿 류의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이를 듣고 이뤄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계신다.

어릴 때 하도 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 막연히 정말 그런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고,

그런 종류의 책도 많이 읽어봤지만,

내 경험 상 그런 건 없었다.


열심히 노력하는 자는 기회가 왔을 때 붙잡을 확률이 높지만,

간절히 원하기만 해서는 안되고 몸도 움직여야 했다.


간혹 엄마가 왜 저럴까? 그리고 왜 저런 생각을 강요할까?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가질 게 희망밖에 없어서 그런 것 같았다.

현실이 너무 힘드니 '희망'으로 도피하는 것이다.

우울해하는 것보다는 어찌 되었건 살아가는 데는 도움이 되니까.

희망을 품는다는 건 일종의 생존본능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 믿음은 스스로 이뤄야 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말하면서 노력하지 않는가?

엄마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독학을 하신다며 중고 기출문제를 사시더니

노안이 왔다며 안 보셨다.

- 공인중개사를 합격하려면 학원에 나가서 직강을 들어도 될까 말까인데,

엄마는 당신이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으니 독학만으로도,

그것도 중고 기출문제를 푸는 것만으로 합격을 할 수 있을 꺼라 믿었다.

현실 감각이 부족한 거다. 부동산 관련 법규가 얼마나 자주 바뀌는데!

- 사실 엄마의 상황이 공부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 그런 말을 안 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한 번은 나보고 이제 일을 그만두고 의대를 다시 준비해보라고 하셨다.

의대는 내가 학창 시절보다도 공부를 월등히 잘해야 합격할 수 있는 대학이다.

모은 돈이 하나도 없던 나는,

당분간 일을 못할 텐데, 등록금과 생활비가 1년분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 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엄마는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 말을 믿은 내가 바보지.


(내심 그 분야를 공부해보고 싶어) 진지하게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수능을 볼까 고민했던 나는

진짜 그만두려고 따로 모은 돈이 있으신지 물어봤다.

나도 우리 집 형편에 많은 걸 기대하진 않았지만, 엄마가 걱정말라기에 혹시나? 했다.


그랬더니 엄마 왈,

"네가 벌어서 가야지."

물론 나는 다 컸고, 다시 공부를 한다면 내가 벌어서 가는 게 맞다.


나는 대학도 전액 또는 일부 장학금을 받았고, 과외를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다.

다만 그간 모든 월급을 엄마가 가져갔었고, 대출까지 받아 빚을 갚느라 모은 돈이 없었다.


엄마가 너무도 확고하게 올해는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라고 하기에,

등록금이라도 마련하신 줄 알았던 것이다.

네가 엄마를 덜 겪었나 보다.


엄마는 장학금 받고 과외하라는 소리였다.

말이 쉽지.

진심으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차라리 말을 말지.

엄마 딴에는 공인중개사도 돈을 아끼려고 중고 기출로 공부를 해보겠다고 하신 건데,

가성비 전략은 가성비가 떨어진다. 결국 중요한 건 합격이니까.

커트라인만 넘기면 된다 생각할 수 있으나,

언제나 '불의의 타격'은 있고, 그것까지 변수에 포함해야 한다.

그러니 가성비가 좋은 것을 선택할 것이 아니다.

가성비고 뭐고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합격을 할 수 있을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막연히 합격하고 싶다가 아니라,

진심으로 합격을 하려면 전력질주를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정말로 잘 알아야 한다.


내 상황을 고려하여 공부에 얼마만큼을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가?

합격까지 공부기간은 얼마나 잡을 것인가?

그동안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집안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

- 결국 무엇을 안 할 것인가?!


내가 너무 야박한가?

가끔은 그러한 믿음을 이뤄드리려고 애쓰는 내가 싫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휘둘렸으면 됐지.

나는 왜 그리 엄마에게 미안하고, 엄마의 소원을 들어드리고자 애쓰는가?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나는 어떤 일은 막연히 원한다고 되지 않는다는 걸 통감했다.

우주가 소원을 들어주는 일은 없다.

철저한 계획과 실천만이 나를 구원한다.


나는 뭘 할 때는 시간이건 자원이건 버퍼는 최소한 30%를 둔다.

데드라인이 정해진 일은 즉시 착수하여 80%는 초반부에 끝낸다.

나머지 기간에는 그 일을 수정하거나 업데이트한다.


그래도 예기치 않은 변수로 틀어질 때가 있다.

정말이지, 변수 없이 계획대로만 되는 일은 드물다.

그러니 계획은 최상의 시나리오에 맞춰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 + 차선의 시나리오까지 다 세워야 하는 것이다.


가끔은 엄마의 저 세상 화법에,

왜 저러실까? 화가 나다가도,

그게 엄마 나름의 행복일 것 같아, 별 말 안 한다.

엄마 나이 70이 넘었는데 현타를 줄 이유가 뭐가 있나 싶어서다.


다만 나는 아이들에게는 가능한 '희망 + 현타'를 같이 줘야겠다 생각한다.


네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없고, 우리는 그냥 그 가능성을 높일 뿐이야.

열심히 노력하면 그냥저냥 산다.

그러니 사소한 거에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


인생은 별거 없지만, 그 별거도 그냥 얻어지는 건 아니다.



이전 01화 행복투자법 - 현금흐름성 행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