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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룡이 Feb 04. 2018

자궁 근종, 놀라지 마세요.

 산부인과에서 자궁 근종 진단을 받았나요? 혹은 자궁 근종이 어떤 질병인지 궁금한데 알아볼 길이 없나요? 일단 당혹스러운 마음을 진정하고 깊은 숨을 함께 쉬어요. 제가 앞으로 보내는 편지를 읽으면 자궁 근종에 대한 걱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몸 속에 손바닥 만한 근종이 있어요.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현재 몸속에 8cm, 6cm 근종을 가지고 있는 30세 여성입니다. 편하게 '룡이'라고 부르셔도 좋아요. 작년에 결혼해서 아직 자녀는 없고 2016년에 처음 6.8cm, 3cm 크기의 근종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저는 결혼을 앞두고 있던 새 신부였죠. 아, 지금은 결혼한 유부녀, 아줌마입니다.


 당시 저는 자궁 근종에 대해 ‘일자무식’이었고 온라인에 나와 있는 근종 정보들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1년 6개월 동안 논문과 자료를 찾아보며 몇 개의 글을 쓰고 많은 여성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왜 근종 제거 수술을 해야 하나요?’라는 물음의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수술을 하지 않고 홀로 근종의 사이즈를 줄이려던 초기의 목표는 ‘근종과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기’로 바뀌었고 자궁 건강은 물론 오히려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벌써 결혼 2년차, 아줌마입니다!

'왜' 수술을 하지 않아요?

 1년가량은 ‘왜 수술을 하지 않느냐?’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저의 엄마부터 시작해서 친척, 친구들, 처음 보는 사람들마저 어서 수술을 해야 결혼 후에도 트집 잡히는 일이 적을 거라며 본인들만의 예언을 했죠. 처음엔 저 역시도 20대 젊은 여자가 자궁 근종이 있다는 건 큰 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점 있는 여자라는 생각에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했죠. 하지만 여기에 ‘왜’라는 물음을 더해봅시다. 


 대한민국에는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라는 인식이 몇 백 년, 어쩌면 더 깊은 세월 동안 견고하게 축적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여성의 성, 사회적 역할이 자녀를 낳아 가정을 채워가는 '안사람'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50년 전만 해도 원인 모를 이유로(아마 근종도 이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임신을 하지 못하면 시댁이나 남편에게 소박맞기도 했으니까요. 과학 기술은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데 사람 머리 속에 남아있는 뿌리 깊은 인식은 쉽사리 변화하지 못하나 봅니다. 




자궁 근종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임신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근종이 있다 하더라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시대에서 학교, 회사, 가정에서 충분히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자궁근종은 암처럼 정상 세포를 공격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지도 않고, 우리의 여성성을 무조건적으로 망가뜨리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만들어 놓은 ‘성 정체성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우리를 공격하는 거죠. 당신은 자궁 근종에 대해, 우리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혹은 저처럼 자궁 근종을 가진 자신이 원망스러웠던 적이 있나요? 




우리가 정해 놓은 '성 정체성의 기준'이 
우리를 공격하는 거죠.





Don't worry.

 자궁근종이 있다고 병원에서 선고받아도 놀라지 마세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자궁 근종은 암처럼 위험하고 공격적인 아이가 아닙니다. 첫 번째 편지를 통해 저는 당신이 자궁 근종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런 소리를 ‘왜’ 하는지는 앞으로 여러 글을 통해 설명할 예정이니 서두르지 않을게요. 일 단배를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는 건 어떨까요. 마음도 자궁도 진정될 거예요. 그럼 두 번째 편지로 다시 만나요.





근종과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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