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서도 밥을 먹고
영화를 볼 줄 압니다
다 같이 스물이 낯설었던 탓에
우르르 몰려다녔던 봄
그 시절에 한데 모여 핀 벚꽃들은
실은 저마다 따로 졌고요
당신은 혼자서 길을 걷다가도
발에 치이는 꽃잎들을 살필 줄 압니다
혼자서도 잘 해내던 둘이 만나
당신은 내 옷에 튄 벌건 국물을 닦아주고
나는 가끔 당신의 눈곱을 떼어주면서
눈물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합니다
혼자서도 잘 해내는 사람은
틈틈이 외롭고 구석구석 헐거운데
사랑이란 게 틈틈이 구석구석
그렇게 하는 거였습니다
칠칠맞지 못한 걸 알아버렸으니
다시 혼자되긴 글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