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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Aug 22. 2023

칠칠

칠칠


나는 혼자서도 밥을 먹고

영화를 볼 줄 압니다     


다 같이 스물이 낯설었던 탓에

우르르 몰려다녔던 봄

그 시절에 한데 모여 핀 벚꽃들은

실은 저마다 따로 졌고요     


당신은 혼자서 길을 걷다가도

발에 치이는 꽃잎들을 살필 줄 압니다    

 

혼자서도 잘 해내던 둘이 만나

당신은 내 옷에 튄 벌건 국물을 닦아주고

나는 가끔 당신의 눈곱을 떼어주면서 

눈물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합니다     


혼자서도 잘 해내는 사람은 

틈틈이 외롭고 구석구석 헐거운데

사랑이란 게 틈틈이 구석구석

그렇게 하는 거였습니다     


칠칠맞지 못한 걸 알아버렸으니

다시 혼자되긴 글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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