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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pr 06. 2020

#_책 100권을 읽는 가장 멋진 방법

모든 만남은 저마다 다른 밀도를 가진다.

처음 100권 읽기에 도전했던 건 군대시절이었습니다. 26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입대하기도 했고, 운 좋게 그 해 책을 출간하기도 했지만, 사실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독서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군대에 있는 2년 동안 뭔가 의미 있는 성장을 만들고 싶었던 욕심도 강했던 것 같아요.


매일 밤마다 연등을 신청해서 취침점호가 끝나면 다시 일어나 휴게실에서 1시간 책을 읽었습니다. 상병으로 진급하기 2달 전쯤엔 우연한 기회에 군종이 되면서 교회를 관리하는 일로 보직이 바뀌었고 책 읽을 시간은 조금 더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외박이나 휴가를 다녀올 때면 늘 책을 공수해왔고, 부대에 있던 궁금한 책들도 거의 다 읽었던 것 같네요.(책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말년휴가를 다녀오면서 100번째 책을 가지고 부대에 복귀했고, 남은 며칠 동안 그 마지막 책을 다 읽으며 성공적으로 100권 읽기를 성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시 100권 읽기에 도전한 건 한 때 인기를 끌었던 <독서천재 홍대리>라는 책을 읽고 다시 자극을 받아서였죠. 그 땐 100권을 다했는지 기억에 없는 걸보니 아마 목표달성은 못했나봅니다.

(머쓱타드ㅋㅋ)

시간이 좀 더 흘러 제가 독서의 방법에 제대로 눈을 뜨고 나서 다시 보니 그전에 했던 방법이 참 ‘단순무식했구나!’ 생각됩니다. 지금부터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 드릴께요!


제가 여러 글에서 설명하듯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이라는 지적인격체와 만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100권을 읽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100명의 사람을 만나는 과정과 비슷하겠죠?

만약에 100명의 사람을 만난다면, 그들을 똑같은 시간동안 똑같은 밀도로 만날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어떤 사람은 그 만남이 즐거워서 시간가는 줄 모를 테고, 어떤 사람은 10분 같이 있기도 힘들 테니까요. 그럼 책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지금 제가 다시 100권 읽기를 한다면, 아마 70~80권은 한번 읽으면 충분한 책일테고, 그 중 제법 많은 책은 다 읽지 않고 덮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에 나머지 20~30권의 책은 한번만 읽기는 아까운 책이라 한번쯤 더 읽거나 따로 정리하거나 그 만남의 시간을 기억하고자 노력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중에 몇권은 몇 번을 다시 만나도 즐거운 그런 막역한 사이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책은 5번이고 10번이고, 보고 싶을 때마다 다시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그 만남이 가지는 밀도는 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책을 읽을 때도 그래요. 책마다 나와 교감하는 깊이에 따라 읽는 동안 느끼는 시간의 밀도가 전혀 다르게 마련이죠. 좋은 사람일수록 다시 만나고 싶듯, 나랑 잘 맞는 책일수록 다시 만나 그 만남의 주는 의미를 더 깊이 파고들어 봐야하지 않을까요?


내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대다수는 스쳐가고 일부는 자주 만나고, 극소수의 사람만 내 삶에 깊이 개입하죠. 내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책도 비슷합니다. 물론 여러 책을 만나면서 다양한 지식이 쌓이고, 성장하면서 변화가 생기지만, 어떤 순간 특별한 경험과 통찰을 주는 책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 책을 한번만 읽고 마는 건 너무 아쉽잖아요. 사람이라면 그러지 않겠죠?


자, 오늘은 언제가 내 가슴을 큰 울림을 주었던 소중한 만남을 떠올리며 책장을 둘러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그 책도 당신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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