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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gge Ko Nov 13. 2023

그 시절 내가 꿈꾸던 것들 | 애플 타르트

양재 카페 시트롱


가을 사과

그리고 애플 타르트


가을이 오면 10여 년 전 파리에서 먹은 애플 타르트(Tarte aux Pommes)가 생각난다. 그 시절에는 처음 먹어보는 것들 투성이었지만, 큼직한 사과가 통째로 올라간 비주얼과 버터와 사과가 내는 진한 향은 새로움 그 자체였다.


그곳의 애플 타르트가 쉽게 잊히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20대 취업, 학점,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던 그 시절의 내가 함께 떠오르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는 시간이 흘러 고민하던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이제는 직장과 가정에 메여 쉽게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사이 한국에도 훌륭한 베이커리가 많이 생겼다는 것. 게다가 해외에서 빵을 만들던  파티시에들이 돌아와 베이커리를 열고 있다. 그러니 빵만큼은 멀리 가지 않아도 여행하는 기분을 낼 수 있다.




파리

Boulangerie Poilâne



3대째 이어오고 있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파리의 빵집 Poilâne은 80여 년 간 직접 만든 효모를 사용하는 옛 방식 대로 빵을 만드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의 애플 타르트(Tarte aux Pommes)는 프랑스 원조 맛답게 진한 버터향이 나는 페이스트리에 설탕으로 조린 사과 조각이 가득 들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종종 이곳의 애플 타르트를 찾으러 가는 꿈을 꾸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양재 카페에서 비슷한 애플파이를 발견했다. 그 시절 애플 타르트처럼 설탕에 조려 구워진 사과조각들이 페이스트리 돔 안에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었다.




양재

카페 시트롱

Cafe Citron



첫 입에 바로 그 시절이 떠올라 마음이 설렜다. 카페 시트롱의 파이지가 훨씬 더 바삭한 식감이긴 했지만 충분히 비슷했다. 가을에 나는 당도 높은 홍옥 사과를 시나몬, 카다멈, 넛맥을 넣고 조려 만든 파이로 가을 시즌에만 한정 메뉴라고 한다.


어렸고, 미숙했고, 가까운 미래조차 막연했던 그 시절. 지금은 모든 게 익숙하고, 안정되어 있고, 당장 앞에 둔 큰 변화도 없다. 그렇지만 때로는 훨씬 많은 선택지가 있었고, 주변 사람들도, 환경도 늘 변화하던 그 시절의 내가 그립다.


파리의 애플 타르트를 추억하며

오늘도 좋은 점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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