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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 Dec 26. 2023

그래도, 신나는 일은 매일 있어 | 프렌치토스트

연희동 조앤도슨


겨울,

빵의 계절


날이 추워지면 슈톨렌, 파네토네, 진저 쿠키, 크리스마스 케이크 등이 베이커리의 메인 자리를 차지한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쿠키상자로 감사 인사를, 송년 모임을 위한 슈톨렌을, 또는 아이들을 위한 케이크 준비하기 위해, 저마다의 이유와 목적으로 베이커리 문턱을 밟는 계절.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겨울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건 프렌치토스트 아닐까? 깜짝 놀랄 만큼 추운 날씨로 긴장된 몸과 마음을 단번에 녹여주니까. 그래서 이번 점심은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프렌치토스트를 먹으러 다녀왔다. 특별히 고르고 골라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집으로!



조앤도슨

Jo & Dawson



길을 걸을 때 커피 볶는 향이 나는 연희동 어느 골목길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프렌치토스트 인생 맛집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큰 기대와 함께 도착해 운 좋게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몇 해 전 카페 사장님으로부터 프렌치토스트 만드는 법을 배운 적이 있다. 먼저 계란물에 우유(혹은 크림)를 섞어주고 두껍게 썬 빵을 반나절 정도 재워놔야 한다. 그러고 나서 프라이팬에 표면을 살짝 익혀주고 내부는 오븐으로 천천히 구워내야 하는 공수가 참 많이 드는 것이었다.


조앤도슨의 프렌치토스트는 명성대로 오븐에서 나와 좋은 갈색빛을 냈고, 한입 한입 폭신한 버터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그동안 많은 맛집들을 가봤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맛이었다. 게다가 토스트의 맛을 헤치지 않는 밸런스 좋은 커피까지 완벽했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프렌치토스트로 매장 안은 버터향이 감돌았다. 이 모든 게 완벽해 매년 한 해를 정리하는 리추얼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신나는 경험이었다.




매일 즐거움을

찾는 마음으로


12월이 되니 회사에도 연말 분위기가 났다. 미뤄왔던 팀 회식과 워크숍으로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하고 내년에도 잘해보자고 서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모처럼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기도 했지만, 그러나 한편으로는 몇 주 뒤 다가 올 꽉 찬 새로운 열두 달을 맞이하는 것은 벌써부터 엄청난 부담이었다. 물론 보람된 일이지만, 내년에도 회사에서 워킹맘으로서의 삶은 치열할 것이고, 가정에서도 아기가 무언가 스스로 해내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다가올 새해를 맞이하는 내 모토는 ‘작은 즐거움'을 열심히 찾는 것. 올해 그랬던 것처럼 가정과 직장을 오가는 중간에 작은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출근길에 커피 한잔과 컵케이크를 먹는 여유를, 어느 점심에는 바게트 샌드위치로 혼자만의 시간을, 야근 없는 퇴근길에는 마들렌 한 조각을. 그렇게 하루하루를 잘 쌓아 가야겠다. 계속해서 일상의 신나는 일을 찾아 나서려고 한다.


올 한 해도 참 좋은 점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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