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야경 보며 밤 수영하기

다 내 얘기야.

by Minah

새로운 숙소에서의 첫날이 무사히 지나갔다.


항상 첫날은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도심의 북적북적함 속에서 느껴지는 묘한 안정감 속에서 잠들었던 것 같다. 아직 하루 보낸 거지만 개인적인 만족도는 200점.


IMG_7730.jpg?type=w966 아침,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


아침에 눈을 떠 창 밖을 보니 어제 정신없는 상태로 봤던 풍경과는 또 다른 보타닉 가든의 모습이 있다.

이렇게 푸른 숲을 옆에 두고 살 수 있는 도시 환경이 정말 좋더라.

원하면 언제라도 광활하고 드넓은 숲으로, 또 강변으로 갈 수 있는 도시.


그런 점에서 한강도 정말 좋긴 하지만 이 곳은 인구밀도가 낮아 한적하게, 여유롭게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점 같다.


IMG_7732.jpg?type=w966 오늘은 아침 요가.


오랜만에 오늘은 새벽 요가를 가겠다고 다짐했는데 눈 뜨니 이미 늦은 아침이었다.

무리하지 말고 스트레칭 수업 들으러 가야지.

건강하게 좋은 마음으로 '내가 좋아서' 뭔가를 계속한다는 게 좋은 거지 강박적으로 무리하며 할 필요 없다.


요가 스튜디오에서 항상 자주 듣는 말이 있다.

Find your own flow.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무리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맞춰 플로우를 잘 변형시켜하라는 말. 좋다.


IMG_7733.jpg?type=w966 토마토 쇼핑

새로운 집 부엌이 모던하고 깔끔해서 요리에 대한 욕심이 마구마구 커졌다.

치즈 넣고, 토마토 넣고, 계란 넣어서 오믈렛을 최초로 시도해볼까 생각하며 운동 끝나고 신나게 장보는 중.

오믈렛도 나한테는 요리다.


IMG_7737.jpg?type=w966 한인마트도 들렀다.


현실은 한인마트에서 잔뜩 사 온 레토르트.

이사 온 이후 한인마트가 걸어서 5분 거리로 가까워졌기 때문에 마음에 한층 안정감이 커졌다.

언제든지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을 거라는 그런 마음.


근데 저 많은 거 어떻게 가방에 다 넣어서 가져왔을까.

몇 개월 전 3-4킬로가 한 달 만에 쭉쭉 빠질 때는 뭔가 먹고 싶은 의욕이 없어서 액체류만 마시며 식사를 해치웠던 것 같은데 이렇게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다는 건 정말 좋은 거다.


IMG_7744.jpg?type=w966 다 씻고 준비 완료.

일어나자마자 요가 갔다가, 장보고, 집 와서 밥을 먹고 씻었다.

아직 오늘치의 카페인을 마시지 못했다는 이야기.


오늘은 집 근처에 있는 John mills himself라는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나름 가보고 싶었던 카페들이 집 가까이에 포진해있어서 이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집 근처를 산책할 수 있다.


IMG_7745.jpg?type=w966 반대편 입구로 들어가는 바람에 길을 헤맸다.


항상 새로운 카페와 공간을 찾아가는 길은 설렌다.

막상 가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던 곳도 있고 예상만큼 좋지 못했던 곳도 있지만,

전날 밤 '내일은 어디로 가볼까' 하면서 모바일로 이곳저곳 찾아보는 기쁨도 크고

사진을 보면서 내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던 곳을 실제로 가보며 그 차이를 겪는 과정도 재밌다.


가장 큰 재미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공간을 닮아있다. 늘.


IMG_7747.jpg?type=w966 신기한 구조

카페의 입구 반대편에서 들어가는 바람에 지하 터널을 지나쳐가야 한다.

지나가면서 호주 코알라 재단을 지나쳐가는데 뭔가 비밀스러운 공간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IMG_7773.jpg?type=w966 이 곳이 원래 입구.

좌측이 존밀스힘셀프의 카페 입구다.

John mills himself라고 바닥에 쓰인 글씨는 실제로 쓴 게 아니라 타일로 하나하나 박은 거다.

정말 지하 벙커 같은 묘한 분위기가 있다.


IMG_7770.jpg?type=w966 애매한 시간대라 그런지 사람들이 몇 없다.


지금 내 시야에 들어오는 이 장소가 카페의 전체 공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아기자기한데, 낮에는 카페로 저녁엔 Bar로 바뀐다고 한다.

따뜻한 색감의 조명들과, Bar 형태로 있는 좌석 구조, 벽면을 가득 채운 벽돌들이 이 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IMG_7763.jpg?type=w966 공간 활용 최고.

신기하게 요즘 가는 곳마다 카운터를 빙 둘러싼 Bar 형태의 좌석 구조를 많이 보게 된다.

혼자 온 사람은 신문도 읽고, 일행이랑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마치 오픈 키친의 형태라서 일하는 사람과 손님과의 교류도 얼마든지 자유로워진다.


IMG_7750.jpg?type=w966 소이 라테.


비록 나는 한쪽 벽면에 붙어 앉아 있지만.

나는 항상 처음에 낯을 많이 가리기 때문에 이렇게 구석에 앉아있어야 마음이 좀 편해진다.

이 곳에서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사람들을 많이 구경했다. 오늘도 잘 마셨습니다.


IMG_7800.jpg?type=w966 집에 돌아와 누워서 바깥 바라보는 중.

집으로 돌아왔다.

일어나 운동하고, 장보고, 커피 마시고, 산책까지 했는데 아직도 바깥이 밝다.

이렇게 하루를 일찍 시작하면 하루가 길다.

그런데 그게 너무 좋더라.

새벽 6시부터 이미 카페 문이 다 열리는 이 곳에서 아침형 인간의 체험을 마음껏 하고 있다.


IMG_7807.jpg?type=w966 누워서 하는 노트북이 제일 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맑은 날씨가 브리즈번을 브리즈번답게 만드는 것 같다.

나는 내가 비를 좋아하다 보니 안 그런 줄 알았는데,

사람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더라.

햇살과 초록빛을 잔뜩 받으며 자란 사람들 특유의 밝음이 좋다.

브리즈번에 와서 그런 풍경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내 좁은 마음과 시야가 조금은 트이는 느낌이었다.


IMG_7882.jpg?type=w966 밤에 또 다른 모습의 브리즈번
IMG_7896.jpg?type=w966 아름다운 야경.

방에서 쉬다가 타워 꼭대기로 올라와 브리즈번 시티 바라보기.

이렇게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까 브리즈번 정말 드넓다.


IMG_7889.jpg?type=w966 밤수영

옆에 있는 수영장 물이 차지 않아 에어팟으로 노래 들으면서 물장구도 쳐본다.


IMG_7909.jpg?type=w966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 그치?
IMG_7905.jpg?type=w966 라즈베리로 마무리.


이 즈음,

나는 이런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어떤 길을, 어떤 사람과, 어떤 모습으로 내가 걸어가야 가장 행복할까 하는 것.

주로 결과물보단 과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어떤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나의 순간순간의 과정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적어도 불행하지는 않기를 바랐다.)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어도

내가 자꾸만 스스로를 괴롭히거나 자책하고 있다면, 쪼그라들고 있다면

그 꿈을 이뤄도 공허하고 허무하게 느껴질 것 같은 그런 마음.

결국은 나의 태도와 마인드셋의 문제라는 걸 알고, 그걸 나에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나 자신에게 가장 친절하고, 나 자신과 가장 사이가 좋았으면 했다.

그러니까 자책 그만 하고,

지나간 것들은 그냥 그렇게 두자.

천천히라도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