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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작가 Feb 07. 2018

영원한 이방인이 된다는 건

하루는 독일에서 산 지 20년 정도 된 한 아주머니와 저녁을 먹으며 소주 한 잔을 하게 되었다. 소주병이 여럿 비어가면서 아주머니는 술기운이 조금 오른 듯 보였고 저녁의 끝 무렵엔 눈물이 그렁한 표정으로 넋두리처럼 말하셨다.


그때 난 처음으로 평생 외국에서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일 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독일에 몇십 년째 살고 있는 교포 친구의 부모님도 한 번씩 말씀하시곤 했다.

그리고 20대 대부분을 외국에서 살며 다이내믹한 삶을 살았던 아는 동생은 고민 끝에 독일에서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물론 어쩌면 훗날 그녀는 지금의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녀의 용기 있는 결단이 왠지 조금 부러웠다.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삶과 내 나라에서 나이 들어가는 삶. 어떤 사람은 난 정말 외국 체질인 것 같다고, 더 이상 한국으로 돌아가 바쁘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들은 공부가 끝나는 데로 그래도 같은 언어로 얘기하고 공감대가 있는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한다. 외국에서 한국을 그리워하는 것과 한국에서 다시금 외국생활을 동경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른다. 회사를 관두고 유럽으로 떠나온 지도 어느덧 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난 한국에서 알던 많은 사람들과 자연스레 연락이 끊어졌고 남아 있는 몇몇 친구들도 저마다 새로운 가족을 이루거나 각자의 삶을 바쁘게 살고 있다.

솔직히 지금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걸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지 숱한 고민을 했지만 나를 붙잡고 있는 질문 하나에 줄곧 머뭇거리고 있었다.



여기에서 과연 내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한 것일까?



현지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가지 못했고,

아직도 부족하기만 한 독일어 공부는 뒷전으로 미룬 채 ‘여기가 한국이었으면 이렇지 않을 텐데..’ 라며 구차한 변명과 괜한 열등감으로 뒤틀려 있던 건 아닐까.

그래서 난 한번 더 최선을 다 해보려고 한다. 그래도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언제든지 날 반겨줄 가족과 친구들이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이곳에 속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단절시키고 벽을 쌓아 버린다면 여기가 어디든 간에 나는 영원한 이방인일 테니.





안녕하세요? 멍작가입니다. 지난 13주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해온 위클리 매거진이 드디어 마지막 13화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댓글과 하트들로 공감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드립니다. 날이 포근해지는 봄에 다시 책으로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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