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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끔 쓰는 이다솜 Jul 03. 2018

그의 말을 끊지 않았던 이유

Essay

  

그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이야기를 끊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때로는 청자의 관심을 떠나 마음껏 떠들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런 때에 그저 끝까지 내버려두는 것, 비록 크게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들어주는 것은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였다. 그가 적어도 내게 말할 때만큼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언제나 한결같은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해보고 싶었다.


맞은편에 앉아 말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관찰했다. 생기 어린 눈과 천천히 움직이는 얼굴 근육, 동그란 모양의 입까지 모든 게 소중했다. 말소리와 움직임이 조화로운 화음처럼 느껴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말을 하나라도 더 듣고 이해하려고 했다. 요즘은 생각, 판단하기보다는 느끼려고 한다. 그가 존재하고 행동하고 사랑하는 방식에 관해 말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말을 매 순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여기게 됐다. 한편으로는 그에 관해 머리로 할 수 있는 이해는 충분히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그가 내 앞에 이 같은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가 내 곁에서 계속 하고 싶은 말을 했으면,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령 내가 지루해하더라도, 때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2018년 7월


 책에 실린 글의 일부입니다.


* * * * *


브런치북 <우린 이토록 다르지만 사랑을 해>를 얇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글의 일부를 읽어도 좋지만, 책장에 두고 보아도 좋은 전문을 실었습니다. 연애보다는 사랑에 관한 글, 무엇보다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읽을 책을 찾고 있다면, 권해드려요. 언제나 사랑하세요.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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