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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깡 Mar 08. 2019

바람은 불지 않고,

박원 - 나를 좋아하지 않는 그대에게

https://youtu.be/JxU7J4atKP4

여전히 풍경은 울리지 않고 있다. 바람도 불지 않고 풍경은 그저 처마 밑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내지 못하는 금속 떼기에 존재 의미가 있을까. 대체 무엇을 기다리기에 애처롭게 매달려만 있을까.


너를 좋아하지만 너는 아니었다. 쌍방향이 아니기에 이것이 짝사랑임을 알았다. 나의 사랑이 샘솟아 너의 마음에 모두 담아낼 줄 알았는데 날 담아두는 너의 맘이 그렇게 작을 줄 몰랐다. 그렇게 쏟아졌다. 주워 담을 수 없을 만큼. 이젠 네가 아닌 내가 궁금해진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며 마음 아파했을까. 해는 뉘엿뉘엿 저 가는데 나는 왜 너를 저버리지 못하는 걸까.


너의 뒤엔 작은 실 하나가 달려있다. 나는 그 실을 줄로 삼아 두 손 꽉 잡고 있다. 네가 움직일 때마다 나는 매달려 이리저리 흔들린다. 혹시나 끊어질까 노심초사하면서 나는 어지러웠다. 멀미가 날 정도로 흔들리는 내가 처량했다. 대체 난 왜 끊지 못하고 있을까. 언젠가 이 줄을 잡고 올라가 너의 뒤에 설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나 보다. 그러기엔 이 줄은 너무 얇았다. 하물며 여기저기 상처 난 손으로는 더 이상 잡을 수가 없었다. 이젠 놔야만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손을 올렸다 내린다. 헛웃음이 나온다. 미완성의 끝에서 오는 아쉬움은 참 답답하다. 문득 바라본 손은 굳은살이 배겨 흉측했다. 내가 너를 좋아했던 만큼 단단했다.


나는 소리 내본 적 없는 풍경 신세다. 이제는 발길을 돌려 잠시 쉬어가야겠다. 그 어떤 생각말고 쉬어야겠다. 아무런 남는 것 없이 돌아서는 발걸음이 허탈하고도 가볍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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