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Dec 18. 2021

눈을 보면 반가운 마음, 동심


 눈이 왔으면 했는데 정말 주말에 눈이 내렸다. 설레는 마음, 기쁜 마음으로 눈 오는 풍경을 바라보다 어두워진 저녁 밖에 나가 손수 눈을 맞이한다. 작은 눈사람은 나와 함께 눈 내린 마을 풍경을 바라보며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이 순간을 존재한다.

 그리고 발자국만으로도 그 존재를 알려주는 우리 마을의 길냥이.





 두 마리인 걸까, 혼자였던 걸까. 발은 시리지 않았을까.




 눈이 내리면 미끄럽지 말라고, 얼지 말라고 눈을 쓸어줘야 한다. 집 앞과 데크, 계단을 쓸어주었다. 빗자루질을 하며 아이들 어렸을 때를 떠올린다. 눈이 내리면 우르르 몰려 나와 같이 눈을 쓸고 놀았는데. 작년에도 같이 눈싸움을 했는데.


 "눈 왔는데 안 좋냐! 동심이 사라졌어~!"

 "눈이 오니까 좋기는 하네. 근데 이따 밤에 과외 있어."


 이러면서 아들이 눈으로만 눈 구경을 하고 들어가 버린다.




 빗자루질을 하고 작은 눈사람을 만들면서 그래도 나는 여전히 행복하다.

 내 안에 아직 다섯 살 꼬맹이가 사나보다.  



꽂아준 나무는 손인가, 꼬리인가.

너는 눈사람인가, 오리인가.  

여하튼 좋다.


반갑다. 눈아.

이전 09화  씨앗을 지켜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