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으면 했는데 정말 주말에 눈이 내렸다. 설레는 마음, 기쁜 마음으로 눈 오는 풍경을 바라보다 어두워진 저녁 밖에 나가 손수 눈을 맞이한다. 작은 눈사람은 나와 함께 눈 내린 마을 풍경을 바라보며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이 순간을 존재한다.
그리고 발자국만으로도 그 존재를 알려주는 우리 마을의 길냥이.
두 마리인 걸까, 혼자였던 걸까. 발은 시리지 않았을까.
눈이 내리면 미끄럽지 말라고, 얼지 말라고 눈을 쓸어줘야 한다. 집 앞과 데크, 계단을 쓸어주었다. 빗자루질을 하며 아이들 어렸을 때를 떠올린다. 눈이 내리면 우르르 몰려 나와 같이 눈을 쓸고 놀았는데. 작년에도 같이 눈싸움을 했는데.
"눈 왔는데 안 좋냐! 동심이 사라졌어~!"
"눈이 오니까 좋기는 하네. 근데 이따 밤에 과외 있어."
이러면서 아들이 눈으로만 눈 구경을 하고 들어가 버린다.
빗자루질을 하고 작은 눈사람을 만들면서 그래도 나는 여전히 행복하다.
내 안에 아직 다섯 살 꼬맹이가 사나보다.
꽂아준 나무는 손인가, 꼬리인가.
너는 눈사람인가, 오리인가.
여하튼 좋다.
반갑다. 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