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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물이 내 마음을 건드릴 때

인생수업

by 안상현

딸아이가 울 때가 있다. 처음엔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감정이 먼저 올라왔다. 슬픈 것도 아니고, 걱정도 아닌… 화였다. 아이의 눈물 앞에서 왜 화가 날까. 이해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아이가 왜 우는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다. 무엇 때문에 울고 있는지,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는지 모를 때 내 안에서 불안감이 올라왔다. 그 불안은 금세 ‘분노’라는 더 다루기 쉬운 감정으로 바뀌었다. 사실 화는 당혹스러움을 감추는 포장지에 불과했다.


아이의 눈물은 종종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른의 기준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작은 사건에도 그들은 크게 마음이 흔들린다. 억울함, 피곤함, 서운함, 낯선 감정들 등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그 감정은 눈물이 되어 나온다.


나는 왜 유독, 다른 사람의 눈물에 민감할까? 누군가 울 때, 내 안의 오래된 기억이 함께 울어버리는 것 같았다. 어릴 적, 나도 울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던 순간들. ‘울면 혼난다’, ‘남자는 울면 안 된다’ 그 말들이 쌓여 눈물은 약함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래서 누군가 울면 그 울음이 곧바로 내 감정의 상처를 건드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이의 눈물이 나를 화나게 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울었을 때 내 안의 묵혀둔 감정이 먼저 흔들린 것이었다.


생각을 바꿔보려 한다. 아이의 눈물은 내 감정을 건드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자기 마음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라는 것으로. 그리고 “이 아이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이 질문 하나가 상황을 바꿔준다.


“유라야, 무슨 일이야?

억울해서 그랬어?

마음이 아파서 그랬어?”

눈물의 이유를 모두 알 필요는 없다.

다만 아이의 감정이 ‘존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면 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조용히 말해본다.

“괜찮아. 너는 이제 울어도 되는 사람이야.”


아이의 눈물을 이해하는 과정은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자, 나 자신을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늘도 딸과 걷는다. 울음과 웃음이 오가는 이 길 위에서 조금씩 배운다. 타인의 감정에 흔들리는 내가 아니라, 감정을 이해해줄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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