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꼭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있다.
바로, '잘 나이 들기'.
이제 4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중인 나는,
조금씩 나의 노화를 체감하곤 한다.
시력이 점점 나빠지고, 여기저기 아픈 구석이 많아지며
전혀 달라질 것 같지 않던 목소리가 달라지고,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인생을 꽃에 비유하자면
찬란하게 꽃을 피우고 난 뒤,
지기 시작한 상태 같다.
더 이상 싱그럽기만 한 꽃잎이 아니고
조금은 말라 있고 색도 바래진,
시들기 시작한.
조금은 서글프긴 하지만
이 또한 어쩌겠는가.
순리대로 살아야 하는 것을..
다만, 어차피 늙고 나이 든다면
그래도 좀 더 잘 늙고 싶고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옛날 노래 별로 안 좋아하는 난데,
이 노래의 가사가 왜 이렇게 마음에 와닿는 걸까?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 노사연의 '바램' 중에서
그러고 보니 노사연 님, 한때 런닝맨에 자주 나오셨는데.. 친근한 언니..(?)^^
23년간의 직장생활을 총 4곳의 기관에서 근무해 보았다.
8년을 일했던 첫 직장,
그다음 기관은 10년,
다음은 3년 반, 그리고 지금은 2년.
그 기간 중 완전 신입으로도 일해봤고,
주임, 대리, 팀장, 과장, 사무국장, 부장
다양한 직급도 가져보고,
기관의 이인자로도 일해봤고,
대행이었지만 기관장의 역할도 해 보았고.
100명 넘는 직원이 근무하는 곳,
17명 정원인 곳에 입사했더니 지자체에서 계속 정원을 줄이고 줄여
결국 12명이 정원이 되었던 곳(네 일도 내 일, 내 일도 내 일이 되었다지),
50명이 일할 때 들어갔더니 사업이 자꾸만 확장되어 80명으로 증원된 곳(예산 증가는 덤)..
참 다양하게도 겪어보았다.
물론 나보다 더 많은 사업장을 거치고,
더 다양한 직종과 부서,
천 명대의 대기업에 다니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복지기관은 천 명 단위의 기관은 거의 없기에
나름 꽤 큰 기관에서도 일해보고
아주 작은 기관에서도 일해 본 격이다.
많은 직원들, 이용자들과 만나고 부대끼며 23년을 보내고 나니
'내가 어떻게 살아야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조금 늦더라도 비겁하게 살지는 말자.
승진 좀 늦으면 어때. 아니 혹시, 못하면 어때.
나의 유익을 위해 남을 밟지 말자.
나의 앞날을 위해 타인의 앞을 가로막지 말자.
말 이쁘게 하자.
입만 열면 비속어가 튀어나오는 거 하지 말자.
나이가 들어가면 들수록 언어는 중요하다.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자신의 격을 깎아 먹는다.
특히 직급이 높아질수록, 자리가 좋아질수록 더더욱.
윗사람이 인상 찌푸리고 침 튀어가며 험악한 말 시작하면 직원들은 가시방석이다.
'내가 햇병아리 직원일 때 내 상사들이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면 어땠을까'를 항상 되뇌자.
일할 자리가 있는 것에 감사하자.
입사 전 면접 때는 붙여만 주면 충성을 다할 것 같이 하다가도
채용되고 자리가 안정될만하니 별별 사소한 일까지 투덜이 스머프가 되는 사람들.
초심을 잃지 말자.
아침마다 갈 곳이 있고,
내가 할 일이 있고,
날이 되면 월급 주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내가 급여를 받는다는 건, 그만큼 내가 일을 해내야 하기 때문인 거다.
일하려고 입사한 거 아닌가요??
꼰대가 되지 말자.
나이 드니 자꾸만 꼰대 유전자가 돋아나는데,
이거 매우 위험하다.
세대가 다르다.
우리 애들을 생각해 봐.
나보다 어린 직원들은 다른 세대에서 나고 자랐는데
우리 때랑 같을 수가 없다.
당연한 걸 가지고 어이없어하지 말자.
프로불평러 금지.
뭐든 불평부터 하고 보는 사람들 있다.
물론 나도 약간 비판주의적인 사람이다.
모든 걸 다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더라고.
어느 정도 분석하고 이치에 맞게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불평을 위한 불평을 만드는 이들이 있더라.
블랙 컨슈머가 되지 말자.
복지기관에 일하다 보면 민원이 최고인 줄 아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10명이 만족하는 일이나 시스템일지라도
본인의 시간이나 상황이 안되어 사용을 못한다고 민원을 넣는다.
그것도 지자체로. 직원이 보는 앞에서...;;
나도 상황에 따라 다른 기관의 민원인이 될 수 있고,
업체의 고객이 될 수 있지만
말도 안 되는 민원으로, 나한테만 필요한 것을 이유로
졸라대고 윽박지름으로 응대하는 사람 힘들게 하지 말자.
혹 필요한 것이 있어 요청하더라도 정중하게, 예의 있게.
그리고 그쪽의 설명도 잘 들어보고, 내 생각이 옳지 않은지도 충분히 따져보자.
가끔은 내가 잘 못 알아듣고 우기는 경우도 분명 있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고충이 많을지, 한 번만이라도 그쪽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답정너는 위험해.
내 말이 맞을 때도 있겠지만, 틀릴 때도 있다.
고집 피우지 말자.
뭔가 대화가 끝을 맺지 못하고 자꾸 빙빙 돈다?
사람들의 표정이 점차 지쳐가는 것 같다?
주제가 자꾸만 원점으로 돌아온다?
대화하는 그룹의 누군가는 답정너일 가능성이 높다.
그게 내가 아닌지 스스로 체크하자.
좋은 것은 표현하자.
와, 정말 좋다. 이거 진짜 잘했다. 고마워~
짧은 말이지만, 인색한 경우가 많다.
근데, 이 짧은 말 한마디가 사람의 관계를 바꿀 수 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친구들과도.
좋은 걸 좋은 거라고 왜 말을 못 하니~~
군중심리에 휘말리지 말자.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여러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 생각이 내 생각이 되는 거 아니다.
얼떨결에, 내가 직접 겪지도 않았고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에 있어
타인의 말만 믿고 그 안에 들어가지 말자.
누구나 이유가 있고 상황이 있는 거다.
목소리 큰 게 장땡이 아님
큰 소리 내지 말자.
목소리 크다고 다 맞는 것도, 다 이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눈 감아주는 거다.
무조건 소리부터 지르는 사람 되지 말자.
떼쓰지 말자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원칙이라는 것이 있는 곳에서
나만 어떻게 해 달라고 떼쓰지 말자.
체통을 지키자.
이제 이 나이쯤 되니
나는 나는 자라서~ 할 것도 아니고,
미래의 원대한 포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정말 잘 늙고 싶다.
아이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고 싶고,
후배들에게 너그러운 선배가 되고 싶고,
지인들에게 넉넉한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가 훗날 나를 떠올렸을 때 썩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잘 나이 들자. 잘 익어가자.
오래될수록 더 고즈넉하고 편안한 한옥처럼
나이 들수록 성숙한 내가 되기를!
참고한 노래_바램(노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