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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Jun 10. 2024

당신의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브런치 초창기 시절, 해외 취업이나 이민에 대한 글이 인기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해외에 살고 있으면서도 딱히 이민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던 이유는, 잘난 구석이 없다고 느껴서이기도 했지만, 호텔에서 워크비자로 일하고 있을 즈음 남편을 만나 영주권을 받으면서 [진짜 이민]에 대한 본보기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이기도 했다.


해외에 살다 보면, 잠시 왔다 가는 사람들도 있고, 이곳에서 삶을 꾸리고자 비자나 영주권을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이민 이야기라면 그분들이 훨씬 더 가치 있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필 이민을 했는데 진단 받은 자가면역 질환. 평생을 안고 가는 병이지만 계속 이곳에 살고자 했던 선택에 대해, 이후 많은 것이 바뀐 삶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도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누군가, 혹은 예전의 내가 그랬듯 지금 잠시 지나가는 실패를 마치 삶 전체가 끝난 듯 받아들이는 것뿐이 할 수 없었던 누군가에게. 꼭 그것이 전부는 아닐 거라고, 인생 살랑살랑하게 살아가는 법을 같이 알아가 보자고 말을 건네보고 싶었다.


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며 사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일까 싶었던 적도 있지만, 예민하고 나약했던 성질 때문에 5만 아프면 될 것을 10으로 느끼면서 필요 이상으로 삶을 무겁게 느낀 적은 없었는지 돌아본다. 삶의 일 부분, 하루의 일부분 혹은 어떤 일의 한 부분만 잘못되었을 뿐인데, 왜 내 존재가 통째로 평가당한다는 두려움으로 자존감은 쉽게 무너졌는지.


이제와 손 생김새가 변화하고, 갑상선 저하증으로 쉽게 피로해지는 저질 체력을 갖아보니, 가장 중요한 건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살펴 줄 수 있는 힘에 있었다. 평탄한 가정에서 별 탈 없이 살아가는 인생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삶들에게, 눈인사 한 번 더 건네는 글이 되었길 바란다.


인생 생각보다 짧다.

남은 생은, 정말 즐겁고 따뜻했으면 좋겠다. 당신의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브런치북 마무리 기념으로 산책하다 만난 하트 뷰로 마음을 나누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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