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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leap Feb 04. 2021

라섹 후의 삶

용기와 낙관이 필요했던 순간

작년 9월 라섹 수술을 받았다. 라섹 수술의 회복 기간은 3개월~6개월 정도로 비교적 긴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 라섹 수술을 받기 전 각막 위의 상피 세포층을 걷어내는데, 이 세포층이 다시 자라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포층이 다시 자라나는 동안 뿌옇게 보이거나, 초점이 잘 맞지 않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한다.


아직 더 조심해야 하는 기간이지만, 라섹 후 시력이 자리를 잡히고 난 후의 삶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한다. 일종의 개안이라면 이것도 개안일까 싶다. 


(먼저 말하자면 라섹은 만능 해답은 아니다. 부작용도 분명 있다. 라섹 이후 눈이 더 예민해져서 비문증 증세를 더 잘 느끼는 것 같고, 야간 빛번짐은 평생 안고가야 하는 것이 되어버린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더 만족하고 있어 글로 적어본다)


1. 라섹을 한 이유/안과 탐색

가장 큰 이유는 콘택트 렌즈가 나와 맞지 않아서였다. 눈에 알러지가 있는 나는 소프트렌즈를 착용하면 눈이 엄청나게 붓고 간지러웠다. 하드렌즈는 그나마 나았으나, 보관과 관리가 불편했고, 눈의 통증이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시력교정술을 받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마음 속에 있었는데, 계속 미뤄만 왔었다. COVID 19으로 해외 여행도 갈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니 여름 휴가와 연차를 붙여서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시력교정술에 대해서 찾아보며, 라섹이 라식이나 스마일라식과 비교해서 그나마 더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렌즈삽입술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많은 병원을 찾아보았다. 지인들에게 수소문하고, 라섹 관련 카페에 가입해서 유용한 정보들을 탐색했다. 안과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곳(=각막을 가장 적게 깎아내는 곳), 그리고 가격이 조금 들더라도 부작용이 최대한 적은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담당 의사가 계신 안과로 수술을 결정했다.


2. 수술 전 마음가짐/회복기간

수술을 받을 때 전신 마취를 해야 하는 수술이라도 별로 걱정을 안 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눈에다 직접 하는 수술이라 그런지 걱정이 심했다. 빛번짐이나 시력 퇴행 같은 부작용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마음 속 다짐을 했는데도 눈에 레이저를 가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들었다. 수술 전 몇일 동안은 용기와 낙관이 필요한 순간들이어서 여러가지 자기 암시를 했다.

‘리서치와 고민은 충분히 했으니, 머릿 속 영화 그만 찍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재주는 수술 다가올 기쁨에 활용하자.’

 ‘한쪽 문이 닫히면 반드시 다른 문이 열리는 게 인생이다. 때로는 더 많은 문이 열리기도 한다. 그러니 결정했으면 흔들리지 말고 현재에만 집중하자.‘

 '내 몸의 회복력을 믿고 마음 편하게 먹자.’  

(다시 생각해보니 수술 전 멘탈이 많이 흔들렸음이 느껴진다;;;)


수술은 역시나 쉽고 간단하게 끝났다. 라섹은 사람마다 수술 후 통증의 차이가 굉장히 큰 편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눈이 너무 아파서 아무 것도 못한다고 하는데, 감사하게도 나는 통증이 없는 편이었다. 3일차에 눈을 잘 못 뜨고 건조감이 크긴 했지만, 수술 후 잘 쉬며 회복 기간을 가졌다. 회복 기간 동안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팟캐스트와 네이버 오디오 클립/윌라 같은 오디오북을 많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좋아서 앞으로도 많이 들을 예정이다. (특히 장류진 작가가 쓴 일의 기쁨과 슬픔은 정말 재미있게 들었다)


라섹 후 회복 기간 동안 오디오북을 여유있게 들으며 느꼈던 재미와 기쁨은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3. 라섹 수술 후. 다가오는 삶

시력 회복이 덜 되었으나 출근은 해야 했고, 원래의 일상으로 복귀했다.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가까이 있는 것은 아직 잘 안 보이기도 하고, 밝은 곳에 나가면 눈부심 현상이 있어 눈이 피로해진다. 또한 피곤한 날이면 시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원래 난시가 있었음에도 밤에 더 빛이 번져서 가로수 등이 밤송이처럼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작용들을 감수하고도 수술 후 만족감이 더 큰 것 같다. 안경과 렌즈에 들어가는 시간들이 사라지면서 일상은 조금 더 효율적으로 바뀌었고, 자존감도 더 높아진 것 같다. 앞으로는 온열 안대를 착용하거나 안구 운동을 꾸준히 해서 눈을 더 건강하게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보면 멀쩡한 눈을 망가트린 것이기 때문에, 눈이 더 예민해져 있을 것이다. 루테인도 열심히 먹으며 꾸준히 눈을 관리하고, 시력을 잘 관리해야겠다.


또한 라섹 수술을 받기까지 리서치 과정이 길고 수술 직전까지도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에, 라섹수술은 내게 어떤 일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이 무엇인지 돌이켜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 기준은 아마 다음의 2개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부작용(후회)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일을 감수할 수 있는가?’
 ‘이런 부작용(후회)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멘탈이 튼튼하고 덜 예민한 편인가?’

라섹을 통해 이렇게 나에 대해 더 배운 셈이다. 감사한 시력이 더 회복된 후 다가올 일상들에 집중하며 현재를 누려야겠다.


라섹 후 책과 스마트폰이 또렷하게 보이는게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image by @robinegg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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