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파사나 명상 센터 체험기 10
명상이란 것은 별다른 도구 없이 방석 한 장을 깔고 앉아 정신 하나로 하는 일이다. 그나마 움직임도 없으니 그가 명상을 하고 있는 지 그저 망상을 하고 있거나 졸고 있는 지 자기 자신만 안다. 명상이 어느 경지에 올랐는 지 서로 비교할 수도 없고 비교가 안되니 자랑할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혼자서 하고 혼자서 아는 일이다. 하지만 이 명상에도 이 일에 몰입하는 오타쿠들이 있다.
명상센터에서 명상 오타쿠라 할 만한 사람들을 만났다. 일본에서 건축을 공부하는 태국인 청년 나또는 이번이 다섯 번째 참가인데 금번 일정의 참가자 정원이 모두 차자 자원 봉사자로 참가했다. 자원 봉사자는 식사 준비와 청소 등 기타 참가자들의 생활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는 식당에서 주방 보조를 했는 데 식사 때 마다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음식을 나르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국 버지니아 출신 리오는 이번이 두번째 참가이다. 몇 달 전 남미에서 첫번째 코스에 참가하였을 때는 40번 넘게 참가했던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개인 피트니스 트레이너였는 데 이를 인터넷 화상 트레이닝으로 전환하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낸단다. 짙은 갈색 머리를 길게 기른 그는 몸도 좋고 얼굴도 잘 생겼다. 한 일본 남자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서른 즈음 되어보였는 데 외소한 체구에 지나치게 착한 얼굴을 하고 있어 왠지 일본의 각박한 회사 생활에 치어 뛰쳐 나온 것이 아닐까란 근거 없는 상상을 하게 했다. 그는 이곳 치바의 명상 센터의 명상코스에 자주 참가하기 위하여 아예 치바로 이사를 왔다고. 이외에도 마지막 날 식당에서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 중 여럿은 명상 코스에 이미 너댓번 참가하였고 그 중에는 몇몇은 열번이 넘게 참가했다고 했다. 사람은 겉으로 보아서는 모른다. 사람들이 입을 열자 식당 안에 명상 오타쿠들이 바글바글하였다. 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명상을 접하게 되었으리라.
센터의 명상 오타쿠 중 자타의 인정을 받은 이는 지도선생이다.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의 지도선생은 하루에 세 번, 한 시간씩 진행되는 그룹 명상 때 명상실 가장 앞 지도 선생 석에 앉아 수련생들과 마주 앉아 함께 명상을 한다. 남자 지도 선생은 오고세 타쿠 (越生拓)선생이었다. 호리호리한 몸에 검게 그을린 미남형 얼굴을 한 오고세 선생은 마흔 초반 정도의 나이로 진지하면서도 맑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여자쪽 지도 선생은 나이가 지긋한 백인 여성이었는 데 일본어도 영어가 유창한 것으로 보아 일본에서 태어난 외국인이거나 혼혈이겠구나 생각했다. 이들은 사실 선생이기 보다는 선배에 가까운 사람들로 오랜 명상 경험을 가지고 명상에 처음 접근하는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여 주거나 명상에서 주의할 점들을 알려주는 역학을 한다.
수련생들은 점심 식사를 마친 정오 휴식 시간과 저녁 명상이 끝난 후 지도 선생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특히 정오 휴식 시간에는 미리 시간을 정하여 지도선생과 일대일로 마주하고 명상에 관한 방법이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다. 나는 되도록 자주 찾아가 호흡과 느낌 등 명상에 관련한 질문을 하였고 오고세 선생은 나의 질문들에 항상 알기 쉽고 확실하게 답을 주었다.
나는 명상코스에 열번이 넘게 참가하였다고 하는 자원봉사자에게 지도교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 지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오랜 기간동안 꾸준히 수련하고 봉사한 사람들 중에 '선택되어 진다'는 것이다. 오타쿠들을 가르치는 오타쿠가 되는 일이 쉬울리가 없다. 오타쿠들을 지도하려면 이 명상에 대하여 완벽한 이해는 물론 엄청난 시간을 그 안에 갈아 넣을 투신의 각오가 있어야 하리라. 그는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으로 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말투에는 선배 오타쿠에 대한 존경과 부러움이 묻어났다. 도처고수(到處高手). 어디에나 고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