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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동네

종로의 버스킹과 라이브카페

by 박종호

첫번째 공연이 끝나고 은하수밴드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곡은 밤양갱.


나는 지금 송현 공원 잔디밭에 앉아 서울 조각 페스티벌의 공연을 들으며 이 글을 쓴다. 나는 안국동에 산다.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북촌 한옥마을과 인사동을 앞뒤로 두고, 양 옆으로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자리한 안국동의 무수한 매력 중의 하나는 문 밖에만 나서면 쉬이 버스킹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송현 공원에는 오늘처럼 넓은 무대와 조명을 설치하고 수준급의, 때로는 유명한 가수의 공연이 자주 펼쳐진다. 대형 공연이 없는 날이라 하여도 주말이면 송현공원 입구에서 옛 풍문여고 자리인 공예 박물관을 끼고 정독 도서관까지 오르는 동덕여고 길에는 거리의 악사들과 잘생긴 마술사들의 공연을 쉬이 볼 수 있다.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인사동도 예전보다 거리의 연주자들이 늘어났다. 이제 그 중에 상시 공연을 하는 외국인도 두어명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은 인종도 국적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파리와 같은 곳이 되었다. 그리고 파리만큼 거리의 문화도 수준급으로 올라가고 있다. 유럽의 나라들을 다니며 너무나 부러웠던 수준 높은 거리의 공연을 이제 이곳 종로에서 볼 수있다니 정말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이다. 국뽕이라 하여도 좋다.


낮시간에는 외국인과 젋은이들로 넘치는 힙!한 종로가 활기를 띤다면, 밤이 되면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전통의 종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벗들이 자주 모이는 단골집 중에는 수송동에 자리한 양꼬치 집이 있다. 이 집은 메인 요리인 양꼬치, 양갈비가 맛있기도 하지만 꿔어바로우(동북식 탕수육), 찐장로우쓰(고기채볶음), 황과피엔(오이절임), 위샹치에즈(가지 볶음) 등 요리도 다양하고 맛도 일품이다. 중국 동북 지방의 본토의 맛을 잘 유지하고 있는 맛집이다. 이 집이 단골이 된 이유는 언제부터인가 우리를 기억해 주고 우리가 가면 우리의 전용 테이블이라 할 수 있는 맨 안쪽 넓은 자리를 내어주기 때문이다.


단골 가게가 되는 요소 중에 맛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장과 종업원이 자주 오는 손님을 알아 보아 주는 일이다. 그럼 단골 손님이 되는 요소는? 당연히 자주가서 시원하게 팔아주는 것. 그리고 가게를 나올 때 오늘도 너무 맛있었어요 하며 엄지를 척! 내미는 일이다.


양꼬치 집에서 일차를 끝내면 보통 근처의 맥주집으로 가서 모자란 취기와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랜다. 그날 우리는 양꼬치집에 가지고 간 백주 한 병을 다 비우고 칭따오 맥주 몇 병, 하얼빈 맥주도 몇 병을 비웠지만 그래도 아쉽다고 맥주를 마시러 나섰다. 코너를 돌아 생활맥주로 가려는 데 어디선가 여가수의 멋진 노랫소리가 들린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하며 동시에 발 걸음을 멈추었다. 사이렌의 노래 소리를 따라 암초로 돌진하는 오디세우스의 배처럼 우리는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나오는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소우. 이 곳은 우리의 단골집인 호가양꼬치 바로 옆 건물 3층에 자리한 라이브카페이다. 각 시간대 마다 다른 가수가 나와 노래와 연주를 하는 데, 공연은 8시부터 40분 공연, 40분 휴식으로 11시까지 세 파트로 이루어진다.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할 수도 있다. 부탁한 신청곡은 왠만하면 다 불러준다. 크지 않은 가게라 가수와 손님의 거리가 가까워 멋진 노랫 소리를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고 그만큼 노래가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와 환호로 가수의 열정에 열심히 호응하여야 한다. 이제 막 다니기 시작하여 감히 단골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끔 노래가 듣고 싶어 가게로 들어서면 잘 생긴 사장님이 아는 척을 해 주신다.


서울의 역사만큼 오래된 종로에는 꼬불꼬불 골목 사이로 아직도 모르는 곳이 너무 많다. 미식가와 풍류객들은 매일 밤 맛집과 멋집을 찾아 보물 찾기를 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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