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 달리기가 쏘아 올린 공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며 가슴 뛰는 목표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이 되었다. 그전까지 인생에서 목표라고는 대학 입학, 임용고시 합격과 같은 큰 문턱만을 생각했는데, 36살에 새롭게 생긴 인생 목표는 좀 종류가 달랐다.
누군가 사회에서 던져주는 목표가 아닌, 내 스스로가 찾은 그 목표 덕분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30분을 쉬지 않고 달리기”라는 목표였다. 고작 1분 달리고 피곤했던 내가 30분을 쉼 없이 달려내는 체력이라니, 그런 러너라니. 그걸 해내는 나는 얼마나 멋있을까.
매일의 나에게 그리고 SNS에 소소하게 “나는 쉬지 않고 30분을 달릴 것이다”를 외쳤다. 얼마나 이게 간절했던지 달리기 말고도 살면서 해볼 거라 생각지도 못한 확언 모임을 들어가서 매일 눈뜨자마자 노트에 1번으로 이 문장을 쓰고 또 쓰고 소리 내어 읽었다.
살면서 목표를 가져본 적이 얼마만인가.
생각해 보면 나는 꽤나 목표지향적 인간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 목표를 세우기 위한 예열의 시간이 지난한 인간이라는 것 또한 나였다.
고3에 올라가는 그 겨울방학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려 남들은 모의고사 문제집을 풀던 그 시기에 기초부터 잡겠다며 성문종합영어를 시작했던 나, 초등학교 임용고사를 한 번 꼬꾸라지고 재수를 하면서야 정신을 차리고 전력을 다해 하루 15시간 이상의 순수공부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나도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악기를 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을 품고만 있다가 대학생이 되어 만난 해금을 먹고 잠자는 시간, 노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틈만 나면 연습실로 가서 대학교 졸업연주회를 위해 연습실로 수없이 달려가던 나까지.
나는 전력을 다하기까지 늘 준비의 시간이 길었다.
달리기도 마찬가지였다. 수영, 검도, 발레, 사이클, 필라테스, 요가, 테니스 심지어 폴댄스까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 정도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한 가지 운동에 정을 붙여보고 싶어서 시도했던 세월을 합치니 20년이 넘는다. 각각의 운동을 하면서 즐거운 순간들을 맛보기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지속하기가 힘들었다.
이토록 많은 운동을 했으면서도 왜 나의 단 하나의 운동을 만나기란 너무 어려웠다. 녹이 푹 빠져있는 테니스를 나도 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테니스 실력이 올라오기도 전에 나에게 찾아온 첫째, 그리고 둘째를 낳고 난 후에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인한 좌절. 손목이 가는 애 둘 엄마가 하기는 무리가 되는 운동이었다. 그렇게 이 운동도 나는 다다르지 못하고 마는구나 하며 스스로를 탓해가던 그 순간 만난 달리기가 나의 구원이 되었다.
나도 하나의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인간이었구나. 1분 달리기, 5분 달리기의 조각들이 모이고 모이면 언젠가 30분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낼 수 있는 그런 러너가 될 수 있겠구나.
나를 지탱해 주는 이 목표 덕분에 하루 종일 아이들 외에는 말할 사람이 없던 그런 날에도 외롭지 않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