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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언화가 Nov 10. 2024

모든 순간의 필요성

어둠부터 밝음까지

그림을 배우고 있다. 오늘의 주제는 처음 그려본 석고상이다. 골고루 칠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같은 톤을 깔았다. 내 그림을 보고 선생님은 어둠을 먼저 칠하라고 하신다. 모두 똑같은 밝기를 유지하면 재미없는 그림이란다. 가장 어두운 부분을 먼저 강조하고 그보다 밝은 부분은 풀어주고, 이를 반복하며 그림을 완성해 가야 그리는 과정도 재밌는 그림이 된다는 거다.


어두운 영역은 확실한 어둠으로 밝은 부분은 칠하지 않고 두는 정도의 밝음으로 대비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명암이 0부터 10까지 모일 때 가장 재미있고, 실감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단다.


왜 이런 일들이 내 인생에 생기는 거냐고 하늘을 원망했던 적이 있다.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된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몇 년 안 된 때였다. 암흑 같은 날들을 지나며, 밝음에 존재할 때 몰랐던 많은 것들을 보고 깨닫고 원망하고 후회했다.


우습게도 어둠 속에 오래 갇혀 지내다 보니 서서히 밝음도 보였다. 야간 시력이 생긴 것이다. 빛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서서히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것. 정신을 차리고 어둠 속에서도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야 어둠 속에 머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의도치 않은 삶의 이끌림 속에서 저마다의 어둠을 갖게 된 사람들.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게 된 사람들 말이다.


어둠의 시간이 내게 준 건 다양한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눈이다. 겪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삶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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