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받은 부분은 밝게, 어두운 부분은 어둡게. 빛을 받아 밝은 부분만 눈에 보이는 부분이다. 눈에 보이는 부분은 명확한 형태를 그릴 수 있다. 하지만, 빛을 받지 못하는 부분은 그릴 수 없다. 단지 어둠으로 뭉개서 처리할 뿐이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내가 한 말들로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헤어질 때도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을 남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즐거웠고, 재밌었다.
하지만, 다음 날 받은 메시지는 당황스러웠다. 내가 한 말들로 상처를 받았단다. 같이 웃었기에 생각하지 못한 말이었다. 친구의 메시지를 찬찬히 읽으며,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어쩌면 같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에서 기분 나쁨을 표현할 경우 상황이 애매해질 수 있기에 그 상황에서는 웃으며 지나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친구의 메시지를 읽으며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는 게 조금은 겁이 났다.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 보이는 것만 명확한 형태를 담을 수 있는 그림처럼, 사람의 표정도 눈앞에 보이는 표정과 귀로 들리는 말이 그 사람의 속내를 알 수 있는 전부다. 어둠 속에 숨겨진 마음까지 아는 건 어렵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이 어렵다. 상상하는 것이 옳을까 싶다가도 내가 상상한 것이 상대의 의도와 다를 수 있기에 그것 또한 조심스럽다.
보이는 것만 보고 싶은데, 그럴 경우 눈치 없는 사람이 된다.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가 수월하고 쉬울 줄 알았는데 표정 속에 가려진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삶을 이해하는 것과 많이 닮았다. 특히 오늘 그려나간 석고상의 얼굴은 어제 대화를 나눈 친구의 얼굴과 많이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