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학교에서 근무를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초등학교로 돌아갔으니
내 인생은 언제나 학교와 함께였다.
학교는 교육과정이라는 1년의 계획과 함께
한 해를 시작한다. 정해진 날과 약속된 시간에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한다. 규칙을 어기는 건
낯선 일이다. 대충이라는 것도 통하지 않는 곳이다.
그런 삶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삶 속에서도
묻어나는가 보다. 내 그림을 보며 미술선생님이
말씀하신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너무 정교하게 그리려고 하지 마세요. 보이지 않는 건 적당히 뭉개셔도 돼요. 보이는 것이라고 해도 부드럽게 이어지게 연결해 주는 게 필요해요"
그림에서도 생활 속 모습이 나오나 보다. 정해진대로 살다 보니 정해지지 않은 걸 잘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 되어버린 나를 발견한다. 규칙도 좋지만, 가끔은 흘러가는 대로 허술하게 놓아도 될 것들이 있음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