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언화가 Nov 12. 2024

숨겨진 마음까지 어떻게 알겠어요

보이는 것도 해석하기 바쁜데

석고상을 그렸다.

빛을 받은 부분은 밝게, 어두운 부분은 어둡게. 빛을 받아 밝은 부분만 눈에 보이는 부분이다. 눈에 보이는 부분은 명확한 형태를 그릴 수 있다. 하지만, 빛을 받지 못하는 부분은 그릴 수 없다. 단지 어둠으로 뭉개서 처리할 뿐이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내가 한 말들로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헤어질 때도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을 남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즐거웠고, 재밌었다.

하지만, 다음 날 받은 메시지는 당황스러웠다. 내가 한 말들로 상처를 받았단다. 같이 웃었기에 생각하지 못한 말이었다. 친구의 메시지를 찬찬히 읽으며,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어쩌면 같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에서 기분 나쁨을 표현할 경우 상황이 애매해질 수 있기에 그 상황에서는 웃으며 지나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친구의 메시지를 읽으며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는 게 조금은 겁이 났다.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 보이는 것만 명확한 형태를 담을 수 있는 그림처럼, 사람의 표정도 눈앞에 보이는 표정과 귀로 들리는 말이 그 사람의 속내를 알 수 있는 전부다. 어둠 속에 숨겨진 마음까지 아는 건 어렵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이 어렵다. 상상하는 것이 옳을까 싶다가도 내가 상상한 것이 상대의 의도와 다를 수 있기에 그것 또한 조심스럽다.

보이는 것만 보고 싶은데, 그럴 경우 눈치 없는 사람이 된다.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가 수월하고 쉬울 줄 알았는데 표정 속에 가려진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삶을 이해하는 것과 많이 닮았다. 특히 오늘 그려나간 석고상의 얼굴은 어제 대화를 나눈 친구의 얼굴과 많이 닮아있다.

이전 05화 모든 순간의 필요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