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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 무장 경찰 Nov 01. 2023

프롤로그 - 경찰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경찰도 당신과 다르지 않습니다


“죽은 사람 본 적 있어요? 어땠어요?”


“살인범도 만나보셨나요?”     


나를 경찰이라고 소개한 사람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이런 질문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구체적인 사건을 상담하는 사람, 이미 수사 중인 사건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다. 형사 사건이면 그래도 괜찮다.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상담 정도는 해 줄 수 있으니.

각종 민사 사건부터 난처한 내용까지 문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경찰서 밖에서 나는 그들에게 경찰이 아닌, 같은 사람으로서 만나고 싶을 뿐인데.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경찰인 나도 가끔 제복을 벗고 싶을 때가 있다. 근무가 없는 날은 여섯 살 아이와 고군분투하는 아빠로서, 아내에게는 로맨틱한 남편으로서, 지내고 싶다.

한마디로 쉬는 날만큼은 경찰이란 것을 잊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솔직한 나의 고백이다.

     


나는 당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모든 경찰관이 그렇다.


제복 입고 센 척, 당당한 척, 전문가인 척 폼 잡고 일하지만, 당신과 다르지 않다.

경찰도 지켜야 할 소중한 가정이 있다. 그런 경찰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자녀 문제, 부모님 건강 문제, 돈 문제로 한숨 쉰다. 당신처럼.

출근했지만 마음속에선 퇴근을 생각하기도 한다.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쓴 주취 자와 만날 때면 가까이 가기 싫다. 솔직한 내 심정이다.

가정폭력 현장에서는 밥 먹다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한 때도 있다.

부패한 시체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 때문에 코를 틀어막는다. 죽은 사람이 생전달라진 모습에 놀라거나 겁을 먹기도 한다.

마음 한켠에는 남겨진 가족이 짊어질 슬픔에 공감하고 위로한다.


누가 봐도 파렴치한 범인에게는 분노하지만, 범죄 피해자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실적이 되는 절도 사건 범인 검거보다, 실종된 아이와 치매 노인을 가족품으로 돌려줄 때 더 기쁘다.


어쩌면 우린 경찰이라는 이름을 가진 회사원이 아닐까?     



나의 첫 책인 《오늘도 출근하는 김 순경에게》가 밖으로 나온 지 5개월이 되었다. 첫 작품이라 아쉬운 게 참 많았다. 그만큼 애착도 크다.

정말 아쉬운 건 경찰 이야기를 전부 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나는 경찰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아직 많이 남아 있.     



지금부터 11년 차 경찰관이 보고 부딪혀 온 이야기를 꺼내 보려고 한다.

내가 마주했던 사건과 사람들, 내가 만난 경찰관들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경찰이라는 제복 뒤에 숨겨진 그들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 제복이란 가면 속에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경찰의 진솔한 모습에 아주 조금은 공감해 주길 바란다.


경찰관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반갑습니다. 경찰 작가 마인드 무장경찰입니다. 《경찰도 당신과 다르지 않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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