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대다 떠올린 쓸데없는 생각들, 그 여섯 번째
한두 달에 한번쯤 당직 순번이 돌아온다.
밤새워 일하는 것은 달갑지 않지만, 그런 중에도 내심 깨알같은 묘미는 편의점에서 간식으로 사 온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을 때다.
평소에는 컵라면을 안 먹는다. 삼각김밥도 안 먹는다. 라면도 자제하려 애쓴다.
그렇지만 당직 때만큼은, 이상하게도 이 때만큼은 '컵라면 작은 것쯤 하나 먹어도 돼.' 라고 합리화를 한다.
특히 컵라면은 건강에는 좋지 않겠지만, 그 맛이 생각나 버리면 건강 같은 건 머릿속에서 치워 버릴 정도로 자극 넘치는 음식이니까. (다음에 샐러드 한번 먹으면, 이번 컵라면으로 해친 만큼 건강이 좋아질거야. )
오늘은 편의점에서 '참깨라면'과 '우삼겹깍두기볶음밥' 삼각김밥을 사 왔다.
내 최애 삼각김밥은 참치마요지만, 역 앞 편의점은 장사가 너무 잘 된다.
참치마요라든가, 달걀만 들어있는 샌드위치 같은 건 레어템이다. 딱 하나 남은 삼각김밥이 저거다.
어쨌든 이것들을 책상 옆에 두고 당직일을 하면서 배가 고파지기만을 기다린다.
약간 냉기가 돌기 시작한 당직실에서 뜨뜻한 컵라면이랑 삼각김밥 한 입 하는 게 정말 얼마나 맛있는지,
밤새워 일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가 없을 거다.
웃프거나 애잔하거나 '뭐 이딴 걸 소소한 재미라고...' 생각한 분에게는 달리 할 말이 없다.
나는 당직을 거부할 권리가 없는 사노비니까.
그 와중에 밤샘을 조금이라도 덜 고되게 하는 일이 이건데, 뭘.
오늘은 노래를 계속 틀어 두고 일한다.
참깨라면을 흡입하는 지금, 백그라운드 뮤직은 자이언티의 눈(Feat.이문세) 이다.
겨울이 다 가는 와중에, 당직실에서 과하게 로맨틱하여 컵라면과는 약간 안 어울리는 듯 하지만.
잠이 들고 나면 오늘은 어제가 되어버려요.
오늘 밤도 금방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