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7. 샐러드를 먹다가

먹어대다 떠올린 쓸데없는 생각들, 그 일곱 번째

by 어니언수프



2018년 9월 13일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었다.
요즘 '내가 먹는 것이 나를 이룬다'는 생각에 동조하게 되어,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매일 일기에 적어 본다.
어제는 뭐에 씌였는지 육개장 사발면이 너무 먹고 싶어서 한사발 했더니,
환경호르몬을 내 돈 주고 들이마셨다는 죄책감이 들어서 점심때 샐러드 모임에 합류했다.
과연 먹는 게 중하지만 가끔 점검도 필요한 법이다.

샐러드는 우리 팀 언니들이랑 같이 먹는다.
언니들이라고는 하지만, 나보다 일고여덟 살은 위인 책임님들과 협력사 분들이다.
팀에 내 또래 미혼은 없다.

오늘 내가 고른 샐러드는 콥샐러드, 소스는 매콤오리엔탈이다. 콥샐러드는 내용물이 많아서 배가 부르다. 이 조합을 '콥에 매콤' 이라 하는 걸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비로소 모임의 일원이 된 듯, 심리적 허들이 낮아짐을 느끼게 된다.
회의실에 조용히 모여서 남자연예인 얘기, 화장품, 피부과 시술 얘기 같은 걸 조잘조잘 하다 보면 시간이 후딱 간다. 그런 주제에서 시작해, 점심시간 한 시간 내에 토크 주제는 내 앞의 먼지에서부터 저 우주까지 깔깔대며 갔다 온다.

나는 막 섬세하고 애살있지는 못한 편의 여자다.
그래서 아마 언니들과 마음을 주고받는 예쁜 막내까지는 못 되겠지만,
회사 안에서도 만들 수 있는 작은 세계가 참 재미있어 샐러드 모임에 자주 합류하게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9년 3월 26일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었다.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살이 차오른 건지 욕심이 차오른 건지 아니 복에 겨운 건지 모르겠지만, 턱과 볼살의 경계가 실종되고 있어서다.


새우와 올리브가 들어간 샐러드는 쌀국수가 들어간 샐러드보다 2천원이나 더 비싸다.

내 의사가 반영된 점심 메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샐러드 먹는 것도 아쉬운데 토핑이라도 먹고 싶은 걸 먹자.


'그걸 계속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아. 살 찐다고.'

'이걸 고르면 더 비싸.'

'아니, 그냥 비싼 것 먹자. 대신 커피를 회사 가서 마시면 돼.'


나는 언제쯤 자기 검열을 멈출 수 있을까.

아마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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