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 남매가 사는 법
#1. 동생을 안고 동네를 돌아다니면 간혹 사람들이 수근대곤 했다. 둘이 어떤 관계냐고 물어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내가 리틀맘인 줄 알았단다. 아무리 내가 또래보다 성숙한 외모를 가졌다고 해도 그정돈 아니지 않나? 집에 와서 엄마에게 한참 씩씩대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은근히 사람들의 놀라는 시선을 즐겼던 것 같기도 하고...
#2. 동생이 태어나고 1년 쯤 지났던가, 날이 더워 머리를 한번 밀어주기로 했다. 엄마랑 같이 동생을 데리고 블루클럽에 가서 시원하게 머리를 밀어버렸다. 동생은 미용실이 처음이니 뭔지도 모르고 의자에 앉아있었을 것이다. 낯선 상황에 울음을 터뜨려야 하나 고민할 새도 없이 이발을 마쳤는데, 생각보다 가만히 있어서 신기하던 참이었다. 빡빡 머리가 꽤 귀여워서 엄마와 귀엽다며 웃고 있는데 동생이 한참을 거울 속 모습을 쳐다보더니 울기 시작했다. 아마 자기 모습이 낯설었나보다.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망연자실한 모습에 저렇게 어린 녀석도 헤어스타일에 대한 취향이 있는가보다 싶어 웃기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집에 와서도 한동안 거울을 볼 때마다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한참이나 동생을 달랬고 그 후 얼마간 동생을 보는 사람들은 평소보다 오버해서 예쁘다, 귀엽다 이야기를 해야 했다.
#3. 동생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나는 미래에 생길 동생의 여자친구를 걱정했다. 남자친구 누나가 열두살이나 많다고 하면 여자친구가 얼마나 놀랄까. 만약 동생이 연하의 여자친구를 사귄다면 이모 뻘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 얘기를 듣고 도망가면 어떡하지. 뭐 그런 걱정들. 아직 동생이 여자친구를 데려온 적은 없었지만 생각만 해도 귀엽고 한편으론 걱정스럽다.(해치지 않아요. 생각만큼 아줌마는 아니랍니다.)
#4. 동생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요즘 세대들의 삶에 놀라곤 한다. 가끔 내가 잔소리를 하면 동생은 '누나 때와 지금은 달라!' 라는 말로 나를 머쓱하게 하는데(이는 내가 부모님에게 곧잘 했던 이야기므로) 성장이 빠른 것은 둘째 치고 그들만의 문화가 나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재미있는 점은 오히려 요즘 아이들이 전보다 때가 덜 묻었다 느껴진다는 건데 부모님들이 극성스럽게 케어해서 그런지 확실히 고상한 부분이 있다. 나 때는 일찐이라던가 소위 잘 노는 애들이 학교를 주름 잡았다면 요즘은 공부나 운동을 잘하고 성격 좋은 애들이 학교 내 인싸라고 하니까. 내 동생이 친구를 가려 사귀는 편이라 더 그럴지도 모르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인 부분이다. 세대차이가 심해지지 않게 부지런히 요즘 트렌드를 따라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