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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Mar 10. 2024

치앙마이 코너파크 요가 수업 회상

바다에서 온 매튜가 알려준 마법 주문

한국인으로서의 험난한 삶

집주인

4월 21일 계약 만료 날짜 맞추어 이사갈 집을 구하고 있는 내게, 전세집 집주인은 3월 말에 입주를 희망하는세입자를 데리고 와서는 3월 말까지 집을 비워 달라고 했다. 내가 매매하려고 하는 집에 살고 있는 세입자가 4월 초에나 이사를 나가니 3월 말은 어렵다고 집주인에게 내 상황을 말했으나, 70대에 접어든 집주인 노부부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세입자도 안 구했는데 왜 니가 집을 먼저 구하냐, 너 때문에 3월 말에 이사 조건으로 계약하려고 한 사람이 계약 안하겠다고 했다." 라며 엄포를 놓았다.


회사 동료와 팀장들

나와 동갑이며, 하나 밖에 없는 팀원은 알고보니 계약직이었고, 이 사실을 조심스럽게 고백한 그녀는 아직 팀장님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다음달 중으로 퇴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회사에서 어떤 대우를 받아 왔는지? 간접적으로 알기에, 그녀의 퇴사 결심은 300% 잘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뻑하면 팀장들의 추태 라는 도마위의 횟감이 되는 처지에 자주 놓이는 나 또한 당장에 이 회사를 퇴사하고만 싶다.


엄마

현재 내 연봉에 4배 가량의 주담대 대출을 강행하여 작은 거실. 안방. 작은방. 옷방. 큼직한 부엌. 앨리베이터 있는 4층 빌라를 매매를 위해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 1250만원을 집주인에게 입금했다. 매매하려고 하는 집을 울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방문하여 집 구석구석을 살펴본 엄마는 내게, 혼자 살기엔 크고, 이 집에 가구며, 가전 제품이며 사서 넣으려면 돈 많이 드니까. 세탁기랑 냉장고도 니가 쓰던거 계속 쓰고, 구지 새 물건 넣을 생각하지 말라며 당부한 엄마는 3시간 뒤 작은 방에 침대 하나 더 놓자는 제안을 했다. 아니면 큰 방에 퀸 침대를 들이던가... 하는...? 이 제안의 이유는 본인이 놀러오면 잠자리가 편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집주인. 엄마. 회사 동료. 팀장까지 나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지들 마음대로이다. 지들 마음대로이기만 한 이 것들을 다 불태워 죽일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는 토요일 새벽 3시 자다가 깨어나, 강원도 양양으로 가는 고속버스와 호텔을 예매하곤, 번개불처럼 서울을 떠났다.


3월이면 조금은 따뜻해 질만도 한데, 한국은 아직도 춥다. 11월 한 달 동안 1년 내내 여름인, 태국 치앙마이에서 살아봐서 그런지... 나는 한국이 얼마나 거지같은 날씨를 가진 국가인지! 더욱 여실히 알게 되었다. 서울이 복잡하고 번잡스러운 풍경만큼이나 공근한 것이 한국의 날씨인 것 같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2시간을 달려 강원도 양양 낙산해변에 도착했다. 속초에 비해 개발이 덜 되어, 인위적인 풍경이 하나도 걸리지 않는 청정한 양양 낙산해변을 멀찍이 바라보며, 나는 짐시, 태국 치앙마이에서 매일 아침마다 참여했던 '코너 파크'의 요가 수업을 생각해 냈다. '코너 파크'의 공식 적인 명칭은 농부앗 핫? 공원이다. 태국어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태국 치앙마이 올드타운의 정사각형 고대 성벽의 좌측 모서리에 위치하고 있어, 나는 그 공원을 종 종 '코너 파크'라고 부르곤 했다.


'코너 파크'에서는 매일 다양한 국적의 요가 선생님들이 여러가지 요가 수업을 준비하여 진행했고, 참여자의 국적 또한 다양했다. 요가 수업은 코너 파크의 호숫가에 위치한 암자에서 진행 되었다. 야자수 나무가 바람을 따라 두둥실 흔들리고, 호수 중앙에는 분수가 물을 뿜고, 햇살은 언제나 가득하고 충만했다. 아침 러닝을 하는 사람, 공원 잔디에 앉아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농구를 하는 사람, 공원의 운동기구를 활용해 근력 운동을 하는 사람, 공원 중앙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펼쳐 일하는 사람, 산책을 즐기는 사람 등 등 공원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끼며 1시간 정도 가벼운 요가를 하고나면, 정말 많이 편안했다. 편안하다. 라는 표현보다, 어쩜 이렇게, 아니, ...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는 걸까? 하는 인생의 환희를 느낄 수 있었다. 결혼은 아직 안해 봤지만, 결혼식 보다 찬란하게 느껴졌다.


코너 파크에서 요가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의 수업 목적이자 요가를 하는 이유는 나 자신의 편안함과 행복이었다. 미얀마, 호주, 독일, 미국, 중국 등 요가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의 국적은 참으로 다양했는데, 그 중 정말 특별한 국적을 가진 선생님이 딱 한 분 있으셨다. 파란 눈에 흰색 머리카락을 가진 노신사였는데, 그의 국적은 오션이었다. 국적에 대해 딱히 질문하진 않았지만, 바다에서 온 것이 틀림없는 분 같았다. 인류의 고대 조상이 바다에서 살았던 해양생물이라는 가정이 정말 맞다면, 우리 모두는 바다에서 온 것과 같으니, ... 자신의 국적을 오션, 즉 바다라고 알려준 것이 아닐까? 한다. 오션에서 왔다는 이 노신사의 이름은 메튜였는데, 메튜의 수업은 목요일에 주로 진행되었고, 매우 노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련하지만, 그의 수업은 모든 사람등이 편안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 메튜는 요가 동작을 하나 하나, 시연하면서 몇 가지 후령을 반복적으로 말하곤 했다.


Don't thinking, Think down!
Just feel sunshine, windy and fresh air...   
Just feel your body and breath.


나는 그의 수업에 참여하는 날이면, 그의 후령에 맞추어 중얼거리며 요가를 했다. Don't thinking, Think down! Just feel sunshine, windy and fresh air...   Just feel your body and breath.


토요일인 어제는 호텔에 도착하자 마자, 편의점에서 사온 음식으로 잠깐 배를 채우고 저녁 6시가 될때까지 잠만 잤다. 치킨을 시켜 먹고, 나는 다시 잠만 잤다. 다음날이 되어서, 호텔에 마련된 사우나 시설을 이용했다. 나는 사우나 시설의 햇살이 비치는 탕 속에서, 메튜가 요가 수업 중 후령을 반복적으로 말했다. Don't thinking, Think down! Just feel sunshine,  Just feel your body and breath. .... 그리곤 나는 탕을 나왔다. 서울로 돌아가기 전 바다가 보는 카페에서 또 바다를 봤다. 그리고 나를 괴롭히기만 하는 몇 가지 사안들에 대해 정리라는 것을 했다.


개념없는 집주인

집주인은 잊기로 했다. 내 말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집주인과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현재 협의 된 이사날짜 일주일 전까지 나는 모든 짐을 정리하고, 일주일 정도 경복궁 바로 옆에서 일주일 정도 살아보기로 결정했다. 내가 살아 보고 싶은 곳에 그리고 집주인 따위는 없는 곳에 살아 보기로 했다. 물론 이사갈 집이 매매이기 때문에 집주인 따위 이제 없지만, 경복궁 바로 옆에는 꼭 한 번쯤 살아보고 싶어서 결정해 버렸다. 에어비엔비도 좋고. 호텔도 좋다.


회사 동료와 팀장들

나는 퇴사 선언을 한 그녀를 마음 속에서 보내주었다. 동갑이고, 순하고 성실하며 책임감 있고 게다가 긍정적이기까지 한 그녀와 같은 팀이 되어서 너무 행복했지만, 그녀의 경우 퇴사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그녀가 퇴사함으로서 발생하는 파장은 내가 어찌 해결할 수 없으니, 책상 서랍에 고이 접어두려고 한다. 틈만 나면 나를 도마위에 올려 씹어대는 팀장들이 거슬리긴 한데, ... 어렵겠지만, 이들 또한 나는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들의 협업 방식이 미천한데, 팀원에 불가한 내가 무슨 기발한 방법이 있겠는가?! 40대인데 협업 방식이 미천하면 그것은 하느님도 고치지 못한다.


엄마

나는 엄마와의 인연을 간소화하는 절연이라는 것을 결심했다. 내 인생에 엄마는 있지만, 남은 내 인생에 엄마는 이제 없다. 새 집에 침대를 들일 테지만, 분기 마다 놀러오는 엄마를 위해 내 침대 이외의 다른 침대를 들이거나 침대 사이즈를 키우는 등의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침대, 쇼파까지 순서대로 장만해서 넣을 것이다. 내 집이지 엄마 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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