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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수哀愁

by 풍경

햇살 눈부신 거리를

어지러이 배회하던

홍엽紅葉들도

다들 어디론가 사라지고


밤의 적막을 밝히는

천중 명월天中明月만이

온기를 가득 품어

찬 서리꽃마저 녹이는구나


만추晩秋의 소리는

짙은 정적을 아로새기며

깊어가는 생生의 사연들을

밤하늘 높이 쏘아 올리니


지난날의 동경憧憬과

우리들의 순결純潔한 노래는

아련한 잿빛 추억이 되어

세상 가장 빛나는 별 하나로 남는다



오랜만에 대학 동창과 통화를 했다. 친한 친구들 얘기를 하다 보니 나름 저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아이 문제, 남편 문제, 시댁 문제, 직장 문제, 건 강문제. 경제적인 고민 등등 중년中年의 무게감에 짓눌릴 정도다. 삶의 무게를 재면 가장 많이 나가는 중년重年이 아닐까 싶다.

해질 무렵 애월 해안도로에서


그래서일까, 삶에 대해 교만한 척하면서도 정작 삶 앞에서는 서투르고 엉성했으며 그럼에도 현실에 순응하기보다 꿈 많고 순결했던 지난 시절을 잊지 못하여 가끔은 삶 언저리를 배회하는지 모른다. 지금 비록 많이 힘들고 괴롭더라도 이 시간을 잘 견뎌내면 불현듯 다가오는 미지의 불안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하는 법을 터득하면서 삶은 보다 굵은 강줄기를 이루며 드넓은 바다로 향할 것이다.


삶의 무수한 사연들이 밤하늘의 별들처럼 반짝인다. 지금은 다들 괴롭고 힘들다 말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면 삶은 빛나는 순간으로 기억될 것을 믿는다. 그리하여 매 순간의 사연들이 하나하나의 별들로 남아 삶이라는 드넓은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을 것임을..




# 애수哀愁 / 2020. 11. 20.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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