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거추장스런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본질로 존재하면서도
숲의 세레나데를 위해
스스로 분주하니
겨울눈은
도톰히 살이 올라
가지마다 성성하다
봄의 전령사여
그대들의 공功으로
공空을 빚으니
매서운 겨울은 따뜻하다
수목원 정상에 오르니 한라산이 앞동산만큼 성큼 다가와 앉아있다. 날이 맑으니 눈빛에 반사된 하늘은 유독 푸르고 구름도 넓게 퍼져 있어 한라산 정상의 설경이 너무도 선명하다. 어서 오라 손짓하는 산의 자태에 한동안 풍경 바라보기를 한다.
겨울이라 먹이 찾아 나선 노루들도 이제는 예삿일처럼 사람들과 함께 섞여있고 나무들은 고요히 쉼을 하며 긴 겨울나기를 하나 싶지만 꽃눈과 잎눈들을 보살피느라 아무 말없이 분주하다. 본질을 드러내면서도 숲의 활력을 위해 쉼 없는 쉼을 하는 겨울나무에게서 지혜와 자비의 모습을 본다.
# 겨울나무 / 2020. 12. 28. pung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