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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Jun 02. 2024

프롤로그 - 왜?

왜 태극권?



왜?



태극권을 배우겠다는 내 얘기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되물었다.

그들의 표정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식당에 들어가 첫 타임으로 쌀밥과 김치를 접시에 가득 담은 사람을 보았을 때의 표정이었고, 최신 기종 다 놔두고 굳이 2g 폰을 쓰는 사람을 보았을 때의 표정이었다.

그리고 곧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그거 어르신들이 공원에서 천천히 체조처럼 하는 거 아냐?"


역시 하나같이 같은 질문이었다. 

어르신들이 공원에서 천천히 체조처럼 하는 것.

그래 맞다. 아니 맞을 것이다.

아직 태극권의 'ㅌ'도 모르니 뭐가 맞고 틀렸는지 모르지만 천천히 평화롭게 움직이는 무술 같지 않은 무술, 운동 같지 않은 운동, 그것이 태극권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태극권은 아닐 것이다. 천천히 체조처럼 움직이는 태극권은 수많은 태극권의 모습 중 하나일 뿐이고 일부일 뿐이리라.

나는 그들의 의아함과 좁은 지식을 비난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그것이 그들의 탓도 아닐뿐더러 나 역시 태극권에 대해 아는 거라곤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누군가 내게 태극권을 배운다고 얘기했다면 나도 똑같이 "왜?"라는 질문을 했을 것이다.


그래 왜?

나는 왜 태극권을 배우려 하는 것일까?

일이 년 전만 하더라도 태극권과 나는 아무 연관도 없었고 더구나 배우겠다는 생각은 꿈에서라도 해본 적 없었건만 왜 굳이 태극권을 배우려 한단 말인가? 차라리 배울까 말까 딸막거리던 수영이나 좀 배우지.


태극권에 대한 생각이 시작되었던 건 김주환 교수님의 유튜브 강의를 듣고부터였다. 그분의 강의를 통해 마음 근력이라던지 내면소통이라던지 하는 것들을 배우게 되었고 명상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명상의 본질은 동적이라는 것, 그래서 움직임 명상이 곧 명상의 본질이며 타이치, 즉 태극권이 움직임 명상의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태극권을, 아니 움직임 명상으로서의 태극권을 배우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움직임 명상인가?

그건 발견하기 위해서고 알아보기 위해서다.

없던걸 만들어내고 새로운 걸 찾는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것, 잊고 있었던 것, 모르고 지나갔던 것, 간과했었던 것들을 발견해 내고 그것들이 거기 있었음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원래부터 존재했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던 내 몸의 구석구석과 '나'를 알아차리고, 존재하고 있는 나 이외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다. 

내가 태극권을 배우려는 이유는 그것이다.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이유를 떠나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참 좋은 일이지 않는가.

삶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사람은 누구나 죽을 때까지 무언갈 배울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나는 살아있는 그날까지 배우고 바뀌고 새로워지고 싶다.

어쩌면 그게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래서 태극권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부디 이 여정이 나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를.







이 자리를 빌어 일면식은 없지만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준 김주환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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