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덕 Jun 30. 2024

4화 처음 뵙겠습니다 오금희 씨

왜 태극권?


처음 뵙겠습니다 오금희 씨. 잘 부탁드려요^^




드디어 스트레칭에서 진도를 나가게 되었다. 스트레칭이 싫진 않았지만 그래도 진도를 나간다니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들뜬 마음도 살짝 들면서 말이다. 기본기만 연습하던 강백호가 풋내기슛(레이업슛)을 마주했을 때의 기분이 이랬을까? 아무튼.... 두근대는 마음으로 내가 스트레칭 다음으로 마주한 진도는 바로 오금희였다.


오금희(五禽戱).(1)


무척 사람 이름 같은 이름이지만 사람 이름은 아닌 그 이름 오금희. 그럼 사람 이름 같지만 사람 이름 아닌 이름 오금희는 대체 무엇의 이름인가?

사부님의 말을 요약하자면 오금희는 화타가 창안한 도인술로 움직임을 통해 신체의 기혈을 원활히 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몸의 감각을 깊이 깨우게 해주는 것이라 한다. 또한 오금희를 통해 기의 흐름을 느끼고 몸의 자세를 바르게 만들어 차후 태극권 수련을 보다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서 라고도 하셨다. 일종의 기초 과정인 셈이다. 동작의 요체는 전신의 관절과 기운을 고루 움직이고 그 흐름을 느껴 신체 내외부 전반을 원활히 하는 것이다. 자동차로 치면 안정적인 정속 주행과 드라이브로 차의 성능을 늘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사람 몸은 자동차가 아니니 적절한 비유라고 할 순 없지만 적절한 움직임으로 좋은 상태를 오래 유지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비슷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오금희는 단순히 여러 개의 움직임을 묶은 개별적 움직임의 집합이 아니라 모든 동작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되어 이루어지는 움직임이다. 그렇지만 한 번에 모든 움직임의 동작들을 배우는 건 아니다. 전체의 동작을 순서대로 진행해 나가되 하루에 할 수 있는 정도, 혹은 동작이 막히는 부분까지만 진행을 하며, 이런 방식으로 점점 동작의 수를 늘려가며 전체 움직임 간의 연결성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오금희의 동작들이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지만 몸의 균형과 감각, 그리고 흐름을  느껴야 하기에 하루에 배울 수 있는 동작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오금희의 움직임 자체가 평소 신체를 써오던 방식과는 상당히 다르기에 많은 동작을 배울 수도 없다. 설사 배운다 하더라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니 배운 것이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막히는 부분'에 대한 예를 간단히 든다면 나의 경우 최초 차렷자세에서 양팔을 옆으로 벌려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에서 벌써 막히는 부분이 생겨버린다. 에러가 나는 것이다. 그냥 팔을 올리는 딱 한 동작에서 말이다. 팔을 타고 흐르는 기운을 느끼며 근육과 관절을 천천히 자연스럽게 머리 위로 올려야 하는데 나는 마치 물건을 들어 올리듯 어깨의 힘으로 팔을 들어버린다. 이처럼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그 부분에 대해 완전히 자연스럽게 동작을 수행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정도는 스스로 납득이 될 만큼 알아야 다음 동작으로 넘어갈 수가 있다. 만일 그 부분을 놓치고 넘어가버리면 다음 부분에선 막히는 부분만 더 늘어날 뿐이다.


결론은 어렵다는 것이다. 쉽지만 어렵고 쉬우니 더 어렵다. 자연스럽다는 건 참 어려운 것이다.

도대체 기운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흐르는지도 모르겠고, 힘을 뺀다고 뺐는데도 여전히 힘이 들어가 있다는 것도 이상하고, 몸의 각 부위가 서로 연결되어 움직여야 한다는데 그걸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자세가 틀어졌다는데 그게 얼만큼인지도 알 수 없고, 이것도 어렵고 저것도 모르겠다. 움직임은 습득(習得)도, 취득(取得)도, 터득(攄得)도, 획득(獲得)도 아닌 체득(體得)이니 그저 움직이고 또 움직일 수밖에.


그렇지만, 어렵고 모르는 동작들을 천천히, 다시 강조하지만 천천히, 그리고 되도록 몸의 느낌에 집중하면서 움직이고 나면 뭔가 좀 편안해지고 차분해지는 느낌이 든다. 몸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단계를 거쳐야 달릴 수 있다. 태어나 울고, 뒤집고, 구르고, 기고, 앉고, 서고, 걷고, 그러고 나서야 달릴 수 있다. 열매를 맺는 것도 그렇다. 싹이 자라 줄기가 되고 잎이 되고 꽃을 피워야 열매를 맺는다. 처음부터 뛰는 것도, 처음부터 열매를 맺는 것도 없다.

아직 어렵고 모르는 것 투성이인 태극권이지만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하고 있다. 그렇게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또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나는 이제 막 태어났고 이제 막 씨를 뿌렸으니.


태어나 처음 만난 오금희씨께 나는 친절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인사를 건넨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금희 씨. 잘 부탁드려요"

친절한 금자.... 아니 금희씨가 답한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1) 오금희(五禽戱) 이야기

오금희를 다른 말로 '화타 오금희'라고도 한다. '화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오금희는 중국의 명의 화타가 만든 도인술이다. 오금희란 말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은 많겠지만 화타라는 이름은 아마 많이 익숙할 것이다. 화타는 중국 후한 말기 사람으로 저 유명한 삼국지에 등장한 인물이기도 하며 중국에선 신의(神醫)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방대한 중국의 역사 속에서도 의술 하면 편작과 더불어 떠오르는 두 인물 중 하나인만큼 그의 의술 실력은 정말 출중했으리라.

오금희(五禽戱)는 오금, 즉 호랑이, 곰, 원숭이, 사슴, 새 이렇게 다섯 동물의 움직임을 모방해 만든 일종의 건강 운동법으로 도인술(導引術) 혹은 양생술(養生術)이라 불리기도 한다. '도인'이란 말 때문에 오금희를 신비적인 어떤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몸을 올바르게 움직여 심신을 건강히 유지하는 사람을 도인이라 부르므로 도인술을 신비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일종의 건강 체조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므로 오금희 역시 건강 체조 혹은 건강 장수 체조라 보면 될 것이다.

삼국지 위서 방기전(方伎傳)을 보면 화타가 오금희에 관해 제자인 오보에게 얘기하는 대목이 나온다.


"몸은 움직여야 하는 것이지만 지나치게 쓰는 것도 올바르진 않다. 움직이고 흔들면 곡기가 소화되고 혈맥이 유통되어 병이 생기지 않으니 이는 마치 문의 경첩이 썩지 않는 것과 같다. 이것을 옛 선인이 도인의 일로 삼아 곰과 솔개의 형상으로 호흡을 하고 관절을 움직여 늙지 않음을 추구하였다. 나에게도 한 가지 술법이 있는데 이를 오금희라 한다. 하나는 범이고 둘은 사슴이며 셋은 곰이고 넷은 원숭이며 다섯은 솔개다. 이를 행함으로써 질병을 없이하고 발이 민첩해지니 마땅히 도인이라 할 것이다. 몸에 불편함이 있을 때 이런 짐승의 놀이를 시작하면 기분 좋게 땀이 나고 화장도 잘 받으며 몸은 가벼워지고 식욕이 돈다"


이 대목에서도 도인(導引)이 어떤 신비한 존재가 아닌 '몸을 움직여 건강을 유지하는 존재'로 묘사된 것을 알 수 있다. 화타가 2세기경 살았던 인물인 만큼 오금희의 기원 역시 저 멀리 2세기 무렵이지만 지금처럼 형식을 갖춘 형태로 전승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대략적인 자료를 참고해 보았을 때 중국 내에서도 1900년대 중반 무렵에야 전국적 보급이 되었고 통일된 오금희 수련법이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중반 정도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전승되어 가르치고 있는 오금희는 중국 화타오금희가 아닌 대만 화타오금희로 전통식인 125식과 간화식인 84식 두 종류라고 한다. 화타오금희 한국본부에서는 오금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기도 한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뜻에서 화타가 인체 생리에 의술(醫術)의 이치를 결합시켜 창시한 것으로, 자연 호흡법으로써 의식적으로 호흡을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니라 동작 자체 하나하나가 호흡을 이끌어준다. 또 절묘한 신체 동작과 호흡의 연결은 도가(道家)적인 무심(無心)한 경지를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출처: http://www.ogeumhee.com/main/html.php?htmid=service/sub03-1.html)


중국 최고의 명의라 일컬어지는 화타가 오금희를 만들고 이를 중요하게 행한 건 질병의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움직임'이라 생각해서지 않나 한다. 또한 사람의 동작이 아닌 동물의 동작을 따서 만든 이유는 그만큼 인위적인 움직임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보다 더 건강에 도움이 되어서일 것이다. 그는 건강하고 편안한 몸을 가진 사람이 곧 도인이며 선인이며 신선이라 말했다. 화타는 무엇보다 몸을 평안케 하는 것이 곧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 여겼기에 오금희를 만들지 않았을까?











이전 04화 3화 조금 덜 열심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