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위한 전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5편을 제외하곤 모두 극장에서 관람을 하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리즈를 꽤 재미있게 봤지만서도 5편은 여태 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디즈니 플러스 구독 기념으로 5편을 보려 했지만 1편부터 4편까지의 내용들도 기억이 가물하기에 내친김에 며칠에 걸쳐 전 시리즈를 모두 시청했고 오늘 드디어 마지막 5편을 시청했다.
이건 영화에 대한 리뷰는 아니지만 참 흥미진진한 영화이다.
설정이나 이야기의 흐름이 말도 안 되게 비약적인 부분도 있고 조니뎁의 정신 사나운 컨셉의 연기도 별로였지만 이 시리즈들이 흥미진진한 건 사실이다.
입이 벌어지게 만드는 화려한 그래픽과 전투씬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비약적이긴 하지만 속고 속이고 변칙에 반전들이 난무하는 스토리 역시 흥미롭다.
또 한 가지 좋았던 점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고 하나같이 비중이 있다는 것이다.
주연배우 1~2명에게만 집중된 게 아니라 여러 명의 배우들을 골고루 분배시켜 주연급으로 극을 이끌어감으로써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영화를 볼 수 있게 한다.
이러니 흥행몰이를 할 수밖에.
그렇지만 이 영화가 감동적이거나 교훈적이지는 않다.
적어도 5편의 이 장면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 장면이 연출되기까지의 과정이나 캐릭터의 변화가 너무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이 장면을 연기한 '캡틴 바르보사'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 장면에선 울컥함이 올라오며 정말이지 멍하니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아 '캡틴 바르보사'
당신이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였을 줄이야
1편부터 5편까지 꾸준히 등장하는 악역 아닌 악역으로 생사를 넘나들며 스토리 전개의 중요 부분들을 빠짐없이 담당하고 있다.
때로는 적으로 때로는 동지로.
캡틴 바르보사는 매우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인물이며 당한 것은 반드시 되돌려주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탐욕스럽고 비열하며 목적을 위해선 어떤 수모나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 5편 '죽은 자는 말이 없다'에서는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마땅한 샷이 없어 그냥 티비 화면을 찍었다...)
(영자막으로 본건 아니고 저 대사를 다시 보기 위해 영자막으로 바꿨을 뿐이다...)
아... 이 장면.
다시 봐도 울컥한다.
카리나는 바르보사에게 묻는다.
"나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죠?"
바르보사는 이렇게 답한다
"보물"
그렇다.
보물.
세상 모든 해적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
그건 사랑도 연인도 우정도 의리도 명예도 아니다.
오직 '보물' 보물이다.
보물을 위해 약탈을 하고 목숨도 걸며 전투도 하고 모험도 하는 것이다.
그들의 생은(영화에서는) 모험과 스릴 그 자체이며 생의 목적은 바로 '보물'이며 그것은 자신의 목숨보다 귀중한 것이다.
그리고 바르보사에게 카리나는 바로 '보물'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캡틴 바르보사의 지난 모든 생과 모든 선택은 오직 저 순간 하나만을 위해서 존재했는지도 모른다.
카리나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그 순간에 도달하기 위해 그는 지금껏 배신과 약탈과 모험과 전투를 치렀다고.
캐리비안의 해적 모든 시리즈를 통틀어 저 장면에서만 시간이 멈춘 느낌이었다.
저 장면에서는 모든 이야기와 모험들이 정지하였다.
그래서 저 장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허술했든, 바르보사의 캐릭터가 얼마나 갑자기 변했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저 순간만큼은 진지했고 진실했었다.
이 글은 리뷰는 아니다.
다만 저 장면이 너무나 인상 깊어 쓰게 된 글이다.
어쩌면 우리도 언젠가는 우리의 마지막 보물. 더 이상 헤메일 필요 없는 생의 최고의 보물을 찾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찾았을지도.....